영화, 다큐, 애니 각 2편씩
오랜만에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클라이브 오웬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기본적인 구조는 공각기동대+가타카+인타임+퍼슨스 인터레스트와 비슷한 느낌의 SF인데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의 감독인 앤드류 니콜은 가타카와 트루먼쇼, 인타임의 각본가 겸 감독입니다.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굉장히 정적인 선택형 게임과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모든 시각정보가 서버에 보존되고 다시 거꾸로 서버에서 보낸 시각정보로 네트웍이 구현되는 사회를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된 기존 콘텐츠로는 공각기동대 TV판 SAC에서 자주 나왔던 전뇌해킹인데 이 영화에서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독 좋았던 점은 지금까지 보았던 SF영화에 나왔던 헤드업 디스플레이 UI 중 가장 감각적이며 고급스럽고 깔끔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으며 미래사회에 가능한 굉장히 다양한 기술발전을 예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에 사용한 폰트는 정말 취향저격)
각본이 굉장히 좋고 헐리웃 고전 영화를 연상케 하는 명대사가 정말 많이 나옵니다.
특히 마지막 아논의 대사는 블록체인 시스템과 정보의 무차별적 공유에 대해 은유적으로 말하는데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SF를 정말 좋아하고 건조한 추리 형사물을 좋아하는 분께 추천드립니다.
좀비물을 가장한 심금을 울리는 가족영화입니다. 선공개된 7분짜리 단편 <Cargo>가 원작이며 이를 본 넷플릭스에서 감독과 장편 계약을 하면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내러티브는 거의 똑같으니 장편이 힘든 분께는 같은 제목의 단편을 추천드립니다.
어느 날 좀비로 변하는 바이러스가 만연한 사회가 배경이며 살아남은 남편과 아내, 갓난아기가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는 내용입니다. 기존에 나온 좀비 영화와 굉장히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로 영화의 구성은 그렇지 않습니다. 좀비=액션+공포라는 것에서 탈피해 가슴 절절한 부성애와 인간군상들의 참극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결말까지 이어지는 처절함과 비극적인 구성도 좋고 좀비물을 좋아하는 팬에게는 기존과 다른 좀비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꽤나 신선합니다. 애매한 공포물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단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분들은 잔인하거나 징그러운 장면이 좀 있으니 참조하고 보셔야 할 듯하네요.
이미 시즌 1을 극찬하는 글을 쓴 적 있습니다. 시즌 1에선 스타워즈, 바비. 히맨, 지아이 조를 다루며 우리가 몰랐던 캐릭터와 장난감들의 흥망성쇠를 다뤘던 이 다큐시리즈는 시즌 2에 와서 스타트랙, 트랜스포머, 레고, 키티를 다루며 콘텐츠의 성공과 라이선스 사업의 성공이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대해 자세히 보여줍니다.
시즌 1에서 백미를 뽑자면 스타워즈, 히맨이었고 이번 시즌2의 백미는 레고와 헬로키티가 아닌가 싶습니다. 시즌1이 미국 내에서 인기 있었던 장난감을 다뤘다면 시즌2는 드디어 해외 캐릭터들의 미국 공략을 다루고 있으니 말이죠.
키덜트들에게는 그 시절로 돌아가는 꿈과 희망을 되새겨볼 시간을 주고 콜렉터들에게는 흔치 않은 정보를 제공하며 사업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현실적인 조언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다큐치고는 빠른 편집으로 굉장히 재밌게 흐름을 잡아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다큐 콘텐츠 중 유일하게 시리즈를 기다리는 작품입니다. 시즌 3에선 아톰이나 건담이 등장했으면 좋겠네요.
다큐를 좋아하신다면 무조건 보셔야 합니다.
영화 '쏘우'에 나온 살인게임이 과연 영화에서나 있는 이야기일까요?
이 다큐멘터리는 2003년 미국 어느 도시에서 PNC 은행에 목에 폭탄을 두르고 지팡이 총을 쥔 한 남자가 들어와 25만 달러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은행 밖의 경찰과 대치하다가 폭탄이 터지며 사망하는 엽기적인 사건을 파헤칩니다.
이 모든 살인게임을 설계한 마저리라는 천재적인 살인마와 그녀의 추종자 빌, 사망한 피자 배달부인 브라이언 웰스의 반전 스토리가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이어집니다. 또한 이 다큐의 진 면목은 그런 진실을 밝히지 못하게 만든 미국 FBI와 경찰 간의 불협화음이 만들어낸 미국 최악의 사건이라는 점입니다.
생각보다 수위가 쌘 편이고 공포영화의 구성으로 만들어져서 웬만한 영화보다 더 시청자에 대한 멘틀 공격이 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부작으로 이어지는 이 다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구성, 실제 사건이었기에 더 악마같은 인간의 이중성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넷플릭스 범죄 다큐는 대부분 좋지만 이 다큐는 정말 굉장합니다..
미국 카툰 네트워크에서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이상한 바다의 플랩잭과 어드벤처 타임 제작에 참여했던 패트릭 맥헤일이 총제작을 맡았고,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인 일라이저 우드가 주인공 워트의 목소리를 맡았으며 백 투 더 퓨쳐의 박사인 크리스토퍼 로이드가 나무꾼 목소리를 맡은 대작입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이 애니메이션은 키즈 콘텐츠 항목에 숨어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도 특별한 홍보가 없었기에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만든 사람과 성우진만 보고 봤다가 정말 어머어마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작품입니다.
우선 이 애니메이션은 절대 아동용 콘텐츠가 아닙니다. 초반 1화부터 철저하게 음침하며 공포스러우며 기괴하고 무서운 작화와 스토리가 이어지고 한 화가 끝날 때쯤 이 애니메이션의 전체적인 실마리를 하나씩 던져주며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그런데 각 화마다 등장하는 이상한 마을의 일들은 누가 보아도 평범하지 않고 밝은 상황에서도 전혀 밝지 않은 내러티브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초반 4화까지 보고 기분이 우울해져서 관두려고 한 애니메이션이었는데 노모뎀님께서 거듭 추천해주셔서 끝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8화를 넘기며 반전이 등장하긴 하지만 뭐... 초반에 어느 정도 예상했던 내용이어서 굳이 반전의 충격이 강하진 않았지만 최근 넷플릭스에 실망만 안겨줬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생각한다면 이 작품은 축복에 가깝습니다.
취향을 많이 탈만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쉽게 강추는 못하겠네요. 단지 초반의 기괴함과 뭔가 우울한 내용,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감내하신다면 아마 인생작을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다시 보는 것 같은 애니메이션입니다. 넷플릭스의 무한한 자본+교토 애니메이션의 끔찍할 정도의 디테일이 만나면 어떤 작품이 탄생하는지 볼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자동 수기 인형이라는 일종의 대필가로 일하고 있는 바이올렛 에버가든이 다양한 의뢰인들과 만나 겪는 에피소드들을 그리고 있으며 꿈과 희망의 교토 애니메이션 답지 않게 꽤나 비극적인 설정과 잔인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물론 잔인한 장면이라 해봤자 기존에 올라온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에 비해선 엄청나게 약한 수준이지만 교토 애니메이션 특유의 디테일함 때문에 더 처절한 감정이 울컥울컥 튀어 올라옵니다.
예고편의 분위기나 기존에 알려진 바와 다르게 꽤나 정적인 작품이고 한 명의 주인공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등장인물의 에피소드를 통해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어가기 때문에 각 편마다 호불호가 나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소 중 UFOTABLE을 제외하곤 이 정도의 애니메이션 퀄리티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축복에 가깝습니다.
특히 기존에 잘 다루지 않았던 안드로이드의 정체성과 PTSD를 극복하는 성장기 측면에선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생각되며 방영전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이 따를 뿐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성이나 만듦새로 본다면 명작의 반열에 올려야 할 작품입니다.
때리고 부수고 폭력적이며 자극적인 애니메이션에 지친 분들께 적극 추천합니다.
이 외에도 다큐 작품 중 <슈퍼맨 각성제>나 <다섯이 돌아왔다: 할리우드와 2차 대전 이야기> 애니메이션 <사이키 쿠스오의 재난>, 드라마 <에일리어니스트> 같은 작품도 추천드리고 싶지만 운영하고 있는 팟캐스트와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소개드려서 목록에서 뺐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좋은 콘텐츠 소개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