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확신'은 어떻게 하면 생겨요?" 최근에 개인적으로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자기확신이 있는 사람처럼 보여서? ㅎㅎ 고마운 마음이 크다. 이런 질문을 하신 분들에게, 그리고 그렇게 '보이게' 잘 성장해 온 나에게 다.
이 질문은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없었다. 여러 지인들과 얘기하다 보니, '자기확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리가 되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와 경험이지만) 정리된 내용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몇 자를 끄적여본다.
나의 상황
나는 작년(2023년) 5월부터 퇴사하여 무직상태다. 회사를 도와 외부에서 연말까지 일을 도우면서 수익이 조금은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완전 백수다. 다행히 그동안 모아놓은 돈이 좀 있었고, 또 남자친구랑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은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
브랜드 출시를 준비 중이다. 제품라인이 어느 정도 정해졌지만 출시까지 아직 적어도 3개월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 돈은 최대한 적금한 금액으로 해결할 예정이며, 부족할 경우 대출을 동원할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거의 1년 가까이 온전한 직장 없이 쉬면서 Dday가 없는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 될 것은 넉넉하고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바심이 나거나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 차있지 않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정해지는 과정을 '만끽'하고 있고 지금은 그 일이 잘 될 것이라는 '자기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책키나우'라는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한 번은 오프라인 토론 중,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나요?'라는 논제가 있었다. "운동한다" "매운 것 먹는다" "친구를 만난다" 등 다양한 답이 오고 가는 중, 나는 고민에 빠졌다.
'나는 언제 스트레스를 받았지?' 이 질문의 답을 우선 찾아야 했다. 생각을 거듭한 결과, 나는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았다. 예를 들어 새로 빨아 입은 하얀 바지에 김치국물이 튀었을 경우, 남자친구와 말다툼해서 잠시 관계가 안 좋아졌을 경우 등 이런 상황들은 나에게 스트레스로 남지 않는다. 바지는 다시 빨면 되고, 남자친구랑 다시 풀면 되니까. 결과는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경험해보지 않았고 결과가 예측 불가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스트레스가 쌓인다. 예를 들어 신규 브랜드 '상표등록'을 해야 했을 때, 나는 이 일을 해보지 않았지만 책임지고 결과를 만들어야 했다. 맨땅에 헤딩하며 최대한 빨리 공부하면서 하나하나 실행해서 '상표 출원'이 잘 될 때까지, 그 기간 동안은 나에게 스트레스다. 단, 결과가 확인된 순간, 스트레스가 완전히 사라진다. 비슷한 상황으로, 처음 신 제품을 기획해서 시장에 출시했던 과정도 나름 스트레스가 컸다.
회복탄력성
얼마 전에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리뷰도 남겼어요.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함)
이 책에서 회복탄력성 지수를 체크해 볼 수 있는데, 테스트 결과 무려 223점이 나왔다. 책에서는 220점을 넘으면 나름 최상위권으로 회복탄력성이 대단히 높은 사람이라고 한다. 이 책의 이론대로 본다면, 나는 스트레스가 축적되어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동기부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책임감과 압박감이 동시에 작용하며, '좋은 마무리'가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자기 확신
처음 경험하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과정이 끝나고, 결과가 확인되면, 스트레스는 사라진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음에 비슷한 일을 해야 할 때, 더 이상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을 온전히 겪어봤기 때문에, '할 줄 알게' 되었고, 그냥 또 해내면 되는 일이 돼버린 것이다.
이런 '해내는 경험'이 사소하더라도, 꾸준히 쌓이다 보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것 같다. 즉 자기확신이 생긴다. '안 해본 일이지만 괜찮아. 어차피 어떻게든 또 해낼 것이니까!'라는 기본적인 생각이 옵션으로 깔고 들어가게 된다.
목표가 정해지고, 시작을 결정했다면, 남은 일은 해내는 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해도, 최선을 다하는 전반적인 과정에서 또한 수많은 것들을 배우고 채웠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 다음에 비슷한 일을 할 때, 이 과정은 스트레스가 아니고 경험이 된다.
이렇게 자기확신이 생긴다. 어떤 일이든 마음을 먹으면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선택과 집중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
가끔 이런 말(고민)을 듣는다. 아이디어(생각)가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고 한다.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거도 해보고 싶은데 결론은 어느 하나 끝까지(본인 스스로 만족하는 결과를 달성하는) 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일단 드는 생각은 이런 상황 너무 좋은 거 아닌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이 별로 없어서 고민인데 말이죠.
다만, 해보고 싶은 것이 10가지가 있다면, 그것을 다 같이 시작해서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비현실적이니, 선택을 하고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본다. 해보고 싶은 나름의 우선순위가 있을 것이다. 가장 해보고 싶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딱 하나만 선택해 본다. 그리고 정량적인 목표(어떤 결과를 낼 것인지)를 설정하거나, 애매할 경우 Dday(언제까지 할 것인지)를 정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원씽>이 생각나는 말들이네요. <원씽>도 오래전에 책리뷰 썼어요.
원씽(The One Thing)_당신의 그 하나는 무엇인가?
'작은' 일이어도 무방하다. 과정을 경험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런 '해낸 일'들이 하나둘씩 쌓이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기확신이 이루어진다.
부끄럽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각도에서 '자기확신'에 대해 적어봤다. 글로 정리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보인다.
사소하던 크던 '해내는 경험'이 많이 쌓일수록 자기확신이 두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