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되지 않은 당신을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채색하며
나는 그렇게 당신에게로 쏟아졌습니다.
당신의 여백에 커피 얼룩을 남겨,
길이길이 잊히지 않을 향을,
당신의 품에 쏟아내며.
그렇게 얼룩진 당신의 코끝엔
커피처럼 쏟아진 내 향기가 서렸겠죠.
옅어져만 가는 커피 향을 뒤로하고
다시 한번 내가 당신에게로 쏟아지던 날.
쏟은 듯이 터져 나는 설렘을 가득 안고
서로에게 쏟아지는
당신을 받아내며
내 여백은 당신으로 얼룩졌습니다.
서로의 품으로 쏟아지듯 흘러내리는
오래전 그 날의 커피 얼룩 같은 것들.
만약 누군가 나에게 당신을 물으신다면.
“글쎄요, 커피 같았습니다.
첫 만남도, 마주하고 있던 순간도
커피 같았습니다.
카페인 중독인 내가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것이,
언제부터 중독이었는지 시작을 알 수 없는 것이,
꼭, 커피 같았습니다.
지워지지 않는 커피 얼룩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