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게 된 이유.
내가 궁극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한 재능의 발견에 지나지 않았다.
우연히 초등학교 3학년 때 받은 글쓰기 대회의 상을 계기로 내 작가 인생은 시작되었다.
9살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글을 놓은 적이 없다.
물론 글에 대한 사랑이 넘칠 때, 게으름에 글을 멀리할 때. 그 정도의 기복은 있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단순한 재능의 발견이었으나, 이것을 지금까지 놓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쥐고 흔드는, 내 작은 지구를 흔드는, 우리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우리는 하하 호호 웃고 떠들다가도, 자칫 꺼낸 단어 하나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지며 끝내 울음을 터뜨려버리곤 했다.
우리는 그 정도로 나약하고, 상처받았으며,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과거의 기억들과 나는 마주하고 싶었다.
그 기억들과 화해하고 싶었고, 화해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내가, 내 작은 지구가 끝까지 버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과거들을 글로 옮기기 위해 나는 꽤 많은 시간 동안 다른 글들을 쓰며 기다려왔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미숙하지만 조금은 정돈된 언어로, 추상적인 아픔을 섬세한 단어들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좀 더 치열하고 격렬하게 버티기 위해,
나는 19살 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이야기를, 내 작은 지구의 상처들을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올렸다.
수 없이 많은 상처들을 도마 위에 올리며 가끔은 도망치고 싶었다.
더 이상은 마주할 자신이 없어, 도망치고 싶어 질 때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글을 쓰면서도, 이 글이 완성될 때 쯤이면 과연 나는 무사할 수 있을까?
이 글이 나를 삼켜 버리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나를 찾아와 괴롭히곤 했다.
그러나 나는 잊을 수 없었으므로.
내 작은 지구의 슬픈 웅얼거림을, 나는 잊을 수 없었으므로 멈출 수 없었다.
이미 말라붙어 굳어져 버린 핏덩이가 더덕더덕 붙어있는 상처들을 만지며 놀았다.
by 유. 자
이것이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