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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 Oct 01. 2015

이별 후에 오는 것들

당신이 날 방치하지 않았더라면, 난 오래도록 당신을 사랑했을 텐데.


진정한 이별엔 미움이 없고, 진정한 사랑에는 이별이 없다더니

나는 그 무엇도 아니었나 보다, 했다.


난 미웠고,  이별했고, 또 생각했으니.


꿈속에 유독 많이 찾아왔다.

꿈속에서 가장 많이 본 모습은 가슴 아픈 모습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아무렇지 않은 듯,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이 웃고 떠들고 서로의 SNS에 흔적을 남기는 행동들.

그런 일상들이 꿈에 찾아왔다.

일상처럼 사랑하더니, 헤어지고 나서도 일상 같은 꿈에만 나오는구나, 했다.

이렇게 일상처럼 무덤덤하게 또 괜찮아지겠거니, 하며 난 또 꿈을 꾼다.


네가 오는 꿈을 꾼다.

네가 왔다, 오늘도.

반갑다, 반가워.

너는 날 사랑할 때에도, 나를 그렇게 외롭게 하더니,

이별 후에도 이렇게 나를 찾아와, 외롭게 만드니.


너를 사랑하면서도 나는 너와의 이별을  끝없이 생각했는데,

그런 이상한 사랑을 했는데,

너는 왜 지금도 나를 찾아와, 문득문득 두드리니.


나도 너의 꿈에 찾아갔을까?

사랑할 때에 나는 너의 꿈에 그렇게 많이 찾아가더니,


그때 너는,

무서운 꿈을 꾸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내 밤에 그렇게 찾아오지도 않더니.


이제야 나를 찾아오니.

이제는 웬만한 악몽보다도, 네가 찾아오는 내 밤이 더 씁쓸한 그런 날이 되었다.

이젠 찾아오지 말아 줘, 너는 날 늘 외롭게 했으니.


헤어진 후에도 여전히 날 외롭게 하고 있으니, 이제는 오지 마.

다행히도 나는 덜 어리석어, 날 방치하던 너의 무심함을 기억하고 있는지라,

사랑은 남아 있지 않더라.


다행히도 나는 덜 어리석어,

날 의심하지 않는 너의 여유에 네 사랑을 갈구하던 내 모습을 비참하게도 잘 기억하고 있더라.


나는 늘  목말랐다?

나는 늘 목이 말라서, 갈구했고 원했으며 확인했다?

그래서 타 죽을 것만 같다고 그렇게 외쳤는데,

너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만 남긴 채로 끝난 우리의 밤에 찾아오지 말아라.

여전히 너는 무책임하는구나, 한다.

지겹다, 너의 무심한 방관들. 이 방관자, 살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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