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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 Jan 10. 2019

이어폰

-이건 그냥 일기.

                                                                                     


선물 받았던 이어폰을 오랜만에 다시 꺼냈다.

이전 핸드폰에 호환이 되지 않아 쓰지 못했던 이어폰이

지금 쓰는 핸드폰에는 호환이 되다니, 하며

꼬여있는 이어폰 줄을 차분히 풀었다.


부쩍 네 생각이 많이 나던 요즘

네게서 받은 이어폰이 쓸모 있게 되니

기분이 미묘했다.


왜 수많은 선물들 중, 내게 이어폰을 주고 싶어 했을까?

그것도 꽤나 비싼 브랜드 이어폰을.


내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는 걸 알아서였을까,라고.

그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가 문득 떠올랐다.


물론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늘 혼자 다니며 이어폰을 끼고 다니던 내 모습을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너는 꼭 이어폰을 주고 싶어 했던 건지..


모두가 웬 이어폰 선물이냐고 물었을 때,

제대로 된 대답 한번 못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그 이어폰을 써보니


그건 아마..


내게는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았음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너이기에 가능한 선물이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이어폰을 낀 나는 거리낄 게 없었다.


대화를 나누기 싫은 사람과의 대화도 피할 수 있었고

누군가 말을 걸어도 못 들은 척 무시할 수 있었고

혹여, 나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을 수 있었고

혼자임에도 초라해 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이어폰을 내게 선물해주었던 것이다.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선물 받은 이어폰을 같이 들어보자며

마침 옆에 있던 너에게 이어폰 한쪽을 건넸다.


그때는 그 순간이 아름다웠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순간이 슬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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