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일기.
선물 받았던 이어폰을 오랜만에 다시 꺼냈다.
이전 핸드폰에 호환이 되지 않아 쓰지 못했던 이어폰이
지금 쓰는 핸드폰에는 호환이 되다니, 하며
꼬여있는 이어폰 줄을 차분히 풀었다.
부쩍 네 생각이 많이 나던 요즘
네게서 받은 이어폰이 쓸모 있게 되니
기분이 미묘했다.
왜 수많은 선물들 중, 내게 이어폰을 주고 싶어 했을까?
그것도 꽤나 비싼 브랜드 이어폰을.
내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는 걸 알아서였을까,라고.
그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가 문득 떠올랐다.
물론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늘 혼자 다니며 이어폰을 끼고 다니던 내 모습을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너는 꼭 이어폰을 주고 싶어 했던 건지..
모두가 웬 이어폰 선물이냐고 물었을 때,
제대로 된 대답 한번 못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그 이어폰을 써보니
그건 아마..
내게는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았음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너이기에 가능한 선물이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이어폰을 낀 나는 거리낄 게 없었다.
대화를 나누기 싫은 사람과의 대화도 피할 수 있었고
누군가 말을 걸어도 못 들은 척 무시할 수 있었고
혹여, 나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을 수 있었고
혼자임에도 초라해 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이어폰을 내게 선물해주었던 것이다.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선물 받은 이어폰을 같이 들어보자며
마침 옆에 있던 너에게 이어폰 한쪽을 건넸다.
그때는 그 순간이 아름다웠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순간이 슬프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