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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 Jan 10. 2019

제목 없음


우리는 시린 아침 햇살을 맞이하며 의무적으로 일상과 타협했다.

그것은 모두가 원하는 일이었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타인들과 똑같아 보이게 살 수 있었다.


우리는 현실을 살아감과 동시에 과거 속에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그때를 가만히 떠올리며, 희미한 노랫소리가 들리는 그곳으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낡은 집 한 채가 있다.


그 낡은 집에는 너와 나의 추억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책처럼 낡은 향이 배어 있지만 펼쳐 보면 찬란하게 빛이 난다,

너와 나의 추억들은.


과거는 찬란히 아름다워 끊임없는 회상을 지어낸다.

차근차근 만들어 낸 회상의 집은 모든 부재의 기억들을 고스란히 담아 두었다가 재.

[한 더미, 잿더미가 되어_ 잿더미가 될 때까지 얼음장 같은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화르르르르.


그 찬란했던 추억들을,

나는 되살리지 못한다.


삐걱거리는 낡은 꿈의 노랫소리만이 희미하게 흐르고 있을 뿐이다.


아직도 그 집은 너와 나로 가득하다.


그 집은 살아 있는 나를 박제해놓은 전시관과 같다.

살아있던 나의 심장이 압정으로 고정되어 있는 곳.


그렇게 우리는 또 살아갈 수 있다.


박제된 서로의 심장 하나로.


제목이 없는 내 이야기처럼

제목 없이 쓰인 그 시간들을

이제야 끄적여 본다.

우리의 시간들은 모두 제목 없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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