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린 아침 햇살을 맞이하며 의무적으로 일상과 타협했다.
그것은 모두가 원하는 일이었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타인들과 똑같아 보이게 살 수 있었다.
우리는 현실을 살아감과 동시에 과거 속에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그때를 가만히 떠올리며, 희미한 노랫소리가 들리는 그곳으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낡은 집 한 채가 있다.
그 낡은 집에는 너와 나의 추억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책처럼 낡은 향이 배어 있지만 펼쳐 보면 찬란하게 빛이 난다,
너와 나의 추억들은.
과거는 찬란히 아름다워 끊임없는 회상을 지어낸다.
차근차근 만들어 낸 회상의 집은 모든 부재의 기억들을 고스란히 담아 두었다가 재.
[한 더미, 잿더미가 되어_ 잿더미가 될 때까지 얼음장 같은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화르르르르.
그 찬란했던 추억들을,
나는 되살리지 못한다.
삐걱거리는 낡은 꿈의 노랫소리만이 희미하게 흐르고 있을 뿐이다.
아직도 그 집은 너와 나로 가득하다.
그 집은 살아 있는 나를 박제해놓은 전시관과 같다.
살아있던 나의 심장이 압정으로 고정되어 있는 곳.
그렇게 우리는 또 살아갈 수 있다.
박제된 서로의 심장 하나로.
제목이 없는 내 이야기처럼
제목 없이 쓰인 그 시간들을
이제야 끄적여 본다.
우리의 시간들은 모두 제목 없이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