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

by 서미

헥헥 거리며 숨을 고를 만큼

가파르게 뛰어 본적 언제예요, 당신?


너무 빨리 뛰면 영혼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인디언의 미신처럼

영혼을 기다린 적 언제예요, 당신?


-지쳐야만 가만히 눈을 감고 나를 기다릴 텐데.


영혼이 건넨 조바심을 들어본 적 언제예요, 당신?

영혼이 건넨 슬픈 조바심에 마음 졸여본 적 언제예요, 당신?


어둠이 무섭지 않다고

어렸을 적 신명 나게 해대던 그림자놀이도.


해가 쨍쨍한 날엔 누군가 자꾸만 나를 따라온다고

히죽 거리던 꼬마도.


귀신은 그림자가 없다고 외쳐대던 동네 사람들도.

그림자엔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 적 언제예요, 당신?


그림자는 생명을 지니고 있지 않은 것처럼

영혼이 깃든 육체에만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귀신에겐 그림자가 없다는 그 기묘한 이야기를 듣고 크는 아이들처럼


저는 당신을 잃고야 알았습니다.


-살아있지 않아도 그림자는 있을 수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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