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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룡 Aug 19. 2022

월급만 받고 사는 게 한심한 걸까요?

N 잡러가 나를 불편하게 할 때

월급만 받고 사는 게 한심한 걸까


요즘은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전통적인 재테크 외에도 식테크, 명품 리셀 등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나의 주식 잔고는 밑 빠진 독이지만 말이다.)

누군가는 스마트 스토어에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유튜브 방송을 하기도 한다.

위에 나열한 활동은 모두 회사를 다니면서 할 수 있다. 그렇다. 이제 더 이상 월급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물론, 저 마다 경쟁은 존재하기에 부수입을 올린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렇다면, 월급이나 꼬박꼬박 받고 퇴근 후나 주말이면 축 늘어져 있거나 취미생활이나 하는 나는 한심한 걸까?


월 100만 원 벌던 사람이 월 수익 3억을?

부자가 되는 습관

프로 N 잡러의 수익창출...

한 번쯤 접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나도 한 때는 N 잡러를 동경했다.

"올해 상반기 계획은 스마트 스토어에서 상품을 팔아 보는 거야!"

주변 사람들에게 호기롭게 얘기했다.

구매팀에서 수입을 했던 경험을 살려 보자는 생각이었고, 관련 서적도 찾아 읽어보며 한껏 들떠 부자가 된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이 갔고... 세 달이 지나... 1년이 다 가도록 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 해 유독 출장이 잦았고, 프로젝트성 업무가 많았다. 회사 일은 바빴지만, 계획한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고 느꼈다.

"벌써 3월이네?, 음? 9월이라고? 아, 연말이구나".

여담이지만, 같은 시간도 사람 또는 환경에 따라 다른 속도로 다가오는 듯하다. 유난히 빠르게 지나가 버린 1년이었다.


결국, 연초에 세운 계획은 머릿속에 머무른 상태로 멈춰버렸다.

월급날에만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일상은 그대로였고, 계획을 실천하지 못한 데서 오는 묘한 죄책감이 나를 거슬리게 했다.

"내가 뭐 잘못한 건가?"


중요한 건 나의 행복이지 않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는 왜 N 잡러 가 되고 싶었던 걸까.

회사를 다니면서 또 다른 파이프라인을 통해 돈 버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 미디어를 통해 접한 그들은 스마트했고, 능력이 뛰어났다.

그들과 나는 뭐가 달랐던 걸까? 회사만 열심히 다니는 게 스마트하지 않고, 무능력한 걸까?

나는 '동기(motive)'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았다.

어떤 일을 하든 '왜(why)'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목적은 자신의 행복이지 않을까?

프로 N 잡러들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그곳에서 성과를 낼 때 큰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물론, 그 자체로 어려운 일이기에 성과를 내기까지는 힘들긴 하겠지만,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회사만 다니는 게 더 곤욕일 수도 있다.


그럼 회사만 다니면서 휴일이면 꼬박꼬박 잘 챙겨서 노는 나는 어디에서 행복을 찾는 걸까? 경제적 자유도 기대하지 않고, 회사가 망하면 함께 침몰하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는 생각 없는 사람인 걸까?


시간의 속도가 다르 듯 사람도 자신만의 페이스가 있다. 회사생활만 열심히 하는 A가 있다.

누군가에겐 그의 삶이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 도태되는 지루한 일상으로 보일 것이다.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A가 회사생활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난 그 후자에 있는 듯하다.

어느 날 A에게 회사일 외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라고 하면 자칫 자신의 페이스를 잃을 수 있다.

도전, 변화, 새로운 시도는 훌륭한 방향이다. 마찬가지로 안정을 추구하면서 한 방향안에서 차근차근 성장하는 사람도 칭찬할 만하다.

어떤 방식이든 스스로 행복하면 그만이지 않을까.


한 때 취미로 장거리 달리기를 한 적이 있다. 달리는 동안에는 잡념이 사라지는 게 좋았다. 온전히 나의 숨소리만 들리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게 꽤 매력적이었다.

한 번은 빠른 속도로 앞질러가는 사람을 보고, 괜한 승부욕에 페이스를 올려 쫓아가 본 적이 있다. 금세 숨이 거칠어졌다.

"조금만 더 이 속도로 뛰어보자."라는 잡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 페이스를 잃은 순간 왜 달리고 싶었는지도 잃어버렸다.

어설프게 따라 하려다 보니 나의 행복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N 잡러는 멋지고 대단하다.

그리고 상사와 후배들에게 시달리고, 과도한 업무에 치이면서도 당연하듯 매일매일 출근길에 오르는 우리들도 멋지고 대단하다.

월급만 받고 살아도 행복할 수 있어요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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