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핵심은 상표를 브랜드화하는 것
미국마케팅협회 AMA는 브랜드를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자의 그것과 구별하기 위해 붙인 이름name, 심벌symbol, 디자인design 혹은 이들의 조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국 상표법에서는 상표trademark를 “자신의 상품을 타인의 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word, 이름name, 심벌symbol, device, 혹은 이들의 조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특허청에서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하고 있다. “A trademark is a brand name. A trademark includes any word, name, symbol, device, or any combination, used or intended to be used to identify and distinguish the goods/services of one seller or provider from those of others, and to indicate the source of the goods/services.”
이와 같이, 브랜드와 상표 모두 타인의 상품이나 서비스와 자신의 것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름, 심벌, 디자인, 혹은 이들의 조합이란 점에서 거의 비슷하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랜디스와 저널리스트 포스너는 상표와 브랜드는 “대략 동의어”(rough synonyms)라고 표현한 바 있다.
우리나라 상표법에서는 상표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상표법 제2조)
1. "상표"란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장(標章)을 말한다.
2. "표장"이란 기호, 문자, 도형, 소리, 냄새, 입체적 형상, 홀로그램·동작 또는 색채 등으로서 그 구성이나 표현방식에 상관없이 상품의 출처(出處)를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하는 모든 표시를 말한다.
즉 상표란 타인의 상품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호, 문자, 도형 등 모든 표장을 말하는 것이다. 대강, 미국의 상표나 브랜드 규정과 큰 차이가 없다.
결국, 브랜드 역시 상표라는 것이다. 그런데 브랜드와 상표를 왜 구별하여 사용하는 것인가? 혹시 우리말에 대한 은연 중의 비하에서 나온 현상은 아닐까? 어쨓든 현실적으로 브랜드라고 하면 뭔가 좋은 것, 별 볼 일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상표라고 하면 별 볼 일 없는 것처럼, 싸구려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이란 시의 한 구절이다.
이렇게 비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브랜드’는 내게 다가와 의미가 있는 꽃이 된 것이라면 ‘상표’는 내게 이름없는 것들도 포함한 모든 꽃들이라고…
즉 상표에는 브랜드가 된 상표와 아직 브랜드가 되지 못한 상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꽃이지만 하나는 나에게 의미있는 존재이고 다른 것은 아직 나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 오지 않은 것과 같이, 상표도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 있고 내가 모르는 즉 나에게 의미가 없는 것이 있는데, 나에게 의미가 있는 상표가 바로 나에게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위의 왼편은 수요자들에게 브랜드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오른편 상품은 아직 브랜드 상품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NIKE’와 ‘TESLA’ 둘 다 상표인 것은 분명하다. 둘 다 우리나라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이다.
이와 같이 상표는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졌거나 알려지지 않았거나를 불문하고, 타인의 제품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되는 모든 출처표시를 말하는 것이다. 브랜드도 상표이긴 마찬가지이지만, 상표 중에서 수요자들에게 알려져 있고, 품질이 우수할 것이란 믿음이 있으며(실제로 품질이 우수한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단지 수요자들이 그렇게 인식한다는 것), 수요자들에게 호감을 일으키고, 그리하여 매니아층 내지 선호하는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그러한 상표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상표를 브랜드화(브랜딩)하는 것이야 말로 모든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