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영화를 보다.

- 그게 [곡성]이다.

by 석하

잠자기 딱 좋게 오후 스케줄에 장마까지 시작해 비가 억수 같이 오는데

잠이 일찍 깨버렸다. 그래서

조조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라는 걸 본 게 거의 1년이 넘었나?

아무튼

오전 10시 20분에 비 오는 평일인데도 커플들이 굉장히 많았다.

신기한 일이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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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 기계를 바로 머리 위에 둔 좌석에 앉아서 기나긴 광고 때문에 밀려오는 졸음을

차가운 생수 덕으로 간신히 참아냈다.


영화는 성경 구절로 시작되었다.


뭐 대충, '영은 피와 살이 없는데 나는 있다'라는 내용을 프롤로그로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되었다.


현실에도 비가 줄줄 내리는데, 영화 안에서도 굉장히 비가 많이 왔다.


속으로

'영화 보기 딱 좋은 날씨네.'

싶어서 괜히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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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는 나쁜 놈이 누군지 몰라서 찾는 장르이고,

스릴러는 나쁜 놈을 아니까 잡으려는 장르인데,

이 영화의 장르는 글쎄... 코미디? 드라마? 뭐 그런 것 같았다.

오컬트나 슬래셔 장르는 절대 아니고... 뭐 좀비도 나오는 것 같고 골룸 같은 사탄도 나오는 걸로 봐서는

판타지 장르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었다.


그렇다고 절대 재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 영화는 재미를 위한 영화다.


바둑돌을 올려놓고 알까기를 하는 것 같은 극의 전개가 크게 내용면에서 즐길거리를 제공해주지는 않았다. 미국 영화감독 데이빗 린치 감독한테 박찬욱 감독이 영향을 받았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나홍진 감독도 꽤나 그 감독을 존경하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중간에 불현듯 [블루벨벳]을 보고 '내가 무식한 거야? 영화가 어려운 거야?'

라고 혼란스러워했던 옛날 옛적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규격화된 바둑판은 가로 세로 정갈한 격자무늬가 그려진 한정된 공간이다.

나름의 질서와 그들만의 규칙이 존재하는 배경인 곡성처럼 말이다.


그 안에 흰 돌들이 우세하게 집을 짓고 있다.(곡성 사람들)

검은 돌이 드문드문 있으나 크게 신경이 쓰여 경계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기이한 현상에도 크게 반응 X)


그런데 알고 보면 그 검은 돌은

흰돌의 방향을 잡아 주기 위한 알림 돌 같은 존재인 것이다.(성주신 같은 거 겠지? 천우희가)


그러다 바둑판에 다른 돌이 섞인 거다.(그게 일본 아재)


그런데 흰돌들이 워낙 자기들끼리만 보고 살아서 다른 돌이 섞여도 신경을 처음에는 안 쓴다.

혹은, 또 검은 돌이 하나 더 생겼겠거니 하고 만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듣보잡 돌이 어디서 굴러 온 건지 자꾸 흰 돌들을 못 살게 군다. 알고 봤더니 검은 돌 중에 도와주는 놈이 있었던 거다. (그거는 황정민 아재고)


그러다, 알까기가 시작되는 거다.

굴러 온 돌이 박힌 흰 돌들을 빼내는 것이다.

그러다

안 밀려나려고 발버둥 치는 흰돌 하고 크게 치고받고 한 판 대국을 치르게 된다. (곽도원 아재랑)


그런데 흰돌이 워낙 방심하고 자기들끼리만 열심히 사느라 싸우는 전략을 짜는 데는 젬병이다.

게다가 천우희라는 검은 돌이 도와 주려는데도 '너도 검은 돌이네' 하면서

말귀를 안 들어 먹는 답답이 짓을 한다.

그 덕에 황정민이라는 앞잡이 돌은 상황을 교란시키고 그 틈을 타서 굴러 온 돌인 일본 아재가 앞에 놓인 흰 돌을 다 쳐내고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그런, 재미난 알까기 내용인데 왜 이 영화가 난리가 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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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여러 요소가 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스토리', 말이 좋아 '스토리의 중요성'이지


'내가 보고 나서 정서적으로든, 학문적으로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감동과 교훈, 지식을 담은 내용으로 보기에도 좋게 잘 만들어 내놓아라. 그것이 영화다. 아니면 돈만 벌려는 무식쟁이 상업영화다.'


라는 심리적 강요가 아주 강하게 작용해왔다. 스토리는 사실상 영화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영화감독이라 할 수 있는 강우석 감독은 실제 시나리오와 촬영되어 개봉된 영화의 스토리가 아주 천지차가 난다. 말 그대로 스토리는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예가 되겠다. 물론, 소설가 출신의 이창동 감독은 진짜 예술 같은 시나리오를 쓰셔서 그대로 구현하시기도 한다.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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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이 카메라 만든 게 언제고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 만든 게 그래 봐야 백 년 좀 넘는 것밖에 안 된다. 그런데 영화를 무슨 베토벤이나 모차르트가 만든 교향 음악과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카라바조의 궁중미술처럼 이것저것 다 따져 묻는다는 게 일단 말이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에디슨이 카메라를 왜 만들었는 가? 에디슨이 돈을 참 좋아했단다. 아주 돈에 환장을 할 정도였다는데 그럼 그가 만든 기계가 발전해 오늘날에 이른 영화는 돈 냄새를 풍기면 안 된다는 논리는 이상한 것이 되는 것이다.

돈을 벌려면 책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뭐든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는 '잡는다'를 보여 주는 상업영화였고

[황해]는 '살아남는다'를 보여 주는 상업영화였다.

그리고 이번 [곡성]은 '보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상업영화일 뿐이었다.


카피가 '절대 현혹되지 마라'이다.


현혹되어 영화를 예술적으로 해석하자면 참 무궁 무궁한 이야기들을 펼칠 수 있다.

기본적으로

- 우리나라 무속신앙의 발전과 퇴색

- 우리 토착 문화의 쇠락과 외래 문명의 유입

- 독버섯(외국에서는 shroom으로 불리는 마약성 식물)이 전개에 걸쳐져 있는 사회적 이유

기타 등등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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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딸내미가 그러더구먼

뭣이 중 헌데? 뭣이 중헌 지도 모름서.

그래서 그냥 봤다.

'절대 현혹되지 마라 그게 중헌갑소' 이러면서.


그래서 결론은

굴러 온 돌로 박힌 돌 쳐내는 알까기 한 판!!

이라는 게 내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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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간혹 리뷰들을 읽다가 보니까

다 보고 나서 찝찝한 기분이 든다는 글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달 초에 읽은 김재희 작가의

[봄날의 바다]가 훨씬 보고 나서 찝찝하더라는 수다를 왜 적고 있나??

어디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기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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