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차 Nov 01. 2023

이토록 충분한 책 섬, 제주

제주도서대전

 정말 오랜만에, 잠은 아무런 방해없이 내 심신을 느긋하게 충전 했으리라. 아이 아빠와 아이들이 전 날 육지에 놀러가 한 밤 자고 오기로 한 덕분에 고요한 아침 개운하게 눈을 떴다. 달책빵 독립출판 모임 멤버들이 제주독서대전에 참여하기로 한 날이다.


 햇살 좋은 야외에서 열리는 행사라, 맛있는 커피가 꼭 필요할 듯 싶어 동네책방 라라숲으로 향했다. 아메리카노 네 잔이 보온병에 담기는 동안 책방지기인 도토리님이 나의 첫 책 ‘꿈꾸던 현실’ 위에 붙여주신 추천사 쪽지를 읽는다. ‘그녀 자신의 이야기이지만 또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야기입니다.’ 빽빽한 서가의 한 부분을 내어, 병아리 작가의 책을 진열해 준 그녀의 의리가 고맙다. 캠핑을 가냐고 묻기에 독서대전 이야기를 꺼냈더니 멤버들과 나눠먹으라며 샤인머스캣 한송이를 씻어 담아준다.  

 라라숲에서 나는 늘 값으로 계산할 수 없는 마음과 더불어 어마어마한 서비스 간식들을 받아왔다. 오늘 내가 가진 것으로는 감당이 안 되니 다음에 귀여운 선물이나 맛난 과일 같은 걸 갖고 되갚아주러 오마, 마음먹는다.

 

 차를 타고 제주 국립박물관으로 가는 길, 도로 위로는 푸른 하늘 뿐. 사방인 바다인 곳에서 시야는 막힘없이 자유롭다. 먼저 도착한 주연, 미조, 마영 작가와 인사를 하고 다른 참여자들 부스에 구경을 갔다. 한솔수북, 조은이책방, 차이코프스키 출판사에서 매력적인 책을 사이에 두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눈다.

 

 책을 사랑하고 펴내는 기쁨을 아는 얼굴들. 잘 모르는 이들과도 책을 나누면 믿음직한 친구가 된 것 같다. 오랜만에 뵙는 노란우산 그림책방 사장님과 근황을 나누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더 바쁘게 잘 지내는 서로의 모습을 응원한다.


 두 딸의 최애 까페인 귤 다방 사장님은 우당도서관 출판 모임에서 소설을 첫 책으로 출간하였다. 두 아이의 엄마로, 농장 주인으로, 다방 대표로 느긋하면서도 부지런히 재미난 일을 벌이다 이제는 작가가 된 그녀.


 첫 책을 선보이는 설렘과 기쁨, 애서가로서 가지게 되는 자랑스러움과 그 너머 조심스러움까지 내  것인 양 생생하여, 가득 기쁜 표정으로

“ 사장님~!!!” 하며 달려갔다.

 사인을 받고 요란하게 축하해 드리자 활짝 웃으며 쑥스러워 하는 그녀의 표정이 예쁘다. 사춘기 소년의 엄마가 이런 표정을 지으니, 환하게 꽃이 피는 듯. 그녀를 마주보며 즐거워 진다.


 지난 4월, 제주북페어에서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났고 여러 책들을 구경했다. 그때엔 처음 참여하는 대규모 책 시장과 행사, 전시에 가슴이 벅참과 동시에 긴장으로 손 끝이 떨렸다. 내 책이 어떻게 평가 받을까, 독자의 손에 들어갈 수 있을까 골몰하는 동안 다른 참가자들의 마음과 작품들은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두 번째 경험‘은 중요한 것에 집중하며 동시에 여유로운 맘을 갖게 해준다. 다른 이들에게 눈을 돌려 살피고 마음을 천천히 펼쳐 가득 감동할 수 있다.


 새로 알게 된 이웃과 오랜만에 만난 이웃, 더 깊이 알게 된 사람들이있어, 나의 섬은 더욱 아름답다.


 숲도, 바다도, 하늘도 완벽한 오늘 제주는 책과 함께 하는 이웃이 있어 내게 더욱 충분하다.    

작가의 이전글 너를 좋아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