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의 휴식

삼양해수욕장에서

by 차차

아직 뜨거운 태양의 입김 아래서 차문을 열고 나와 감빛으로 변한 하늘을 마주한다. 천천히 내리막길을 걷는다. 아이들은 붉게 물든 바다에 취한 듯 함박 입을 벌리고 파도를 향해 달린다.


얼마전이 만조였던 듯, 촉촉함이 남은 모래 위에 푸른 코끼리가 그려진 담요를 깔고 신발을 벗는다. 무릎을 세워 앉으니 아이들이 다가와 앙증맞은 신발을 벗어 휙 내 엉덩이 옆에 내려놓는다.


“옷 젖어도 돼요?” 기대가 가득한 목소리.

“여벌옷 가져왔지.” 내가 윙크하자 거침없이 파도를 맞이하며 달린다. 바다에 닿자마자 줄넘기 하듯 높이 뛴다.

닿아도 아프지 않고, 젖어도 차갑지 않은 7월 저녁의 바다.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해변에 활기를 더한다. 소란스런 시야를 너머 해수욕을 즐기는 작은 사람들 속에서도 나는 내 딸들을 금방 찾아낼 수 있다.


파도를 너머 조금씩 점프하다보니 어느새 물이 허리에 닿는 곳까지 들어간 인이, 그보다 얕은 곳에서 배영을 하려는 듯 뒤로 눕기를 시도하다 이쪽을 보고 손을 높이 들어 흔드는 온이.


그들을 둘러싼 맑고 습한 공기가 주홍 빛으로 물든다. 노을 아래 그림자가 되어 빛나는 아이들.


부드러운 모래 속으로 스며드는 나의 두발. 시원한 발바닥 위, 발등은 지는 태양의 숨결로 따스하다.


철썩하고 자신있게 몰려왔다가 쏴아아 하며 모래 속으로 부서지는 물결.


진회색 모래가 깔린 곳에 파도의 손길이 지나면 상앗빛 모래가 얇은 막을 이루며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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