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혼인 비행

포르투갈 시골 일기 03 - 가을

by 마싸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어릴 때 "절기"에 대해 처음 배웠을 때는

"에게~ 이런 게 어딨어? 개구리가 잠에서 깨는 걸 어떻게 알아? 개구리 집 앞에서 지키고 서 있나? 그리고 개구리도 늦게 일어나는 애도 있을 거고, 일찍 튀어나오는 애도 있을 건데, 애매하잖아. 이슬이 내리고, 서리가 내리고, 농사 비가 내리고... 이런 건 또 다 뭐야? 그거야 매번 다른 건데, 어떻게 그걸 정해놓는 담?!"

이라고 꽤나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절기"야 말로, 가장 직관적으로 가장 자연적으로 자연이 흘러가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농사-농촌 기반인 절기들은 현대 도시 기준으로는 딱히 와 닿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절기가 담아내고 불러일으키는 계절의 흐름은, 비록 뉴스를 통해 "아, 오늘이 경칩이구나, 처서구나" 하면서 희미하게 환기되더라도, 감각을 일깨운다 - 이제 계절이 이렇게 바뀌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꽃도 곧 피겠네, 공기 중에 냄새가 달라지겠다, 이제 곧 쌀쌀해지겠네, 길거리에 이제 붕어빵 나오겠다, 호빵도 나오겠다 등등... 온도, 자연, 소소한 계절감 등이 같이 다가오는 것이다.


알비토에서의 "늦가을/초겨울" 절기는 "개미 혼인 비행"과 "겨울비"이다.

처음에 신랑이

"저기 봐. 개미들이 잔뜩 날아가는 거!"라고 하면서 하늘을 가리켰을 때 한 번 놀라고,

(평생 도시 사람이었던 나는 처음 본 광경!)

"이제 내일이면 비 올 거야. 그리고 나면 초겨울이야"라고 했을 때, 설마, 날씨가 이렇게 계속 좋은데 라고 생각했다가 다음 날 정말 비가 왔을 때 두 번 놀라고,

그다음 해 비슷한 시기에 또 개미 비행을 보고, 다음날 어김없이 비가 왔을 때 세 번 놀랐다.

IMG_7172.JPG 하얗게 빛나는 건 개미들의 날개. 직접 보면 붕붕거리면서 날아다니는 게 보인다. 개미가 저렇게 높이 날 수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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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0_095223.jpg 땅을 가득 덮은 개미떼. 따라가보면 몇 개 나뭇가지 위로 질서정연하게 기어 올라가 차례대로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매년 10월 말~11월 초, 겨울비가 시작될 무렵은 항상 개미들이 혼인 비행을 한다는 게 신랑의 말.

아마 날씨가 본격적으로 싸늘해지기 전에 "올해의 가장 큰 행사"를 치루려는 게 아닐까 싶은데,

어떻게 그렇게 기막히게 알아서 할까?!



[혼인 비행 : 사회성 곤충이 교미를 위하여 행하는 비행으로.... 공중에서 먼저 수개미가 여왕개미에 접근하여 교미하며 교미 수정이 끝나면 떨어진다. 이렇게 하여 여왕개미는 많은 수개미에 의하여 순차적으로 수정된다. 여왕개미는 그 생애 (12~17년)에 단 한 번의 혼인 비행에 의해 저정낭에 정자를 채워두고 일생동안 낳는 알과 수정시키게 된다. 출처 : 두산온라인백과]


...라고 어렴풋이 옛날 초등학교 때 책으로만 배웠던 것을 직접 보다니!

알비토에서 볼 수 있는 혼인 비행은 하루 혹은 이틀이면 끝난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교미를 끝낸 수개미들이 수없이 차 앞유리에 우두두 부딪쳐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책으로 배우고 머리로 알고 상상했던 것을 직접 보면 그 감흥이 또 다르다.

질서 정연하게 마치 공항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비행기처럼 열을 지어,

서서히 높은 가지 위로 움직여 가지 끝에서 부~웅하고 날아오르는

끝이 안 보이는 개미 행렬을 보면,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볼려치면 사정없이 다리 위로 기어오르면서 무는 개미들도 많다. 아마 병정개미인가, 짝짓기를 행여나 방해하려는 외부 생명체? 들을 단호하게 막아서는 느낌?! 물리면 꽤 아프다)

새삼 경외스러운 느낌이 든다

- 와, 정말 열심히 생존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