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시골 일기 04 - 가을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알비토에서 가을에 거둘 수 있는 것들은,
우선 사과.
사실 "거둔다"는 것은 너무 본격적?! 인 표현이고, 아침에 산책 나갔을 때 잘 익은 놈을 한 두 개 따서 쓱싹쓱싹 옷에 비빈 다음에 한 입 베어 무는 정도다. 사과나무는 몇 그루 없고, 알도 작은데 무척 달고 맛있다.
또 다른 건, 아몬드.
늦가을 아침저녁 산책할 때마다 상태를 가늠한다.
이 판단은 순전히 알베르토의 "오래된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다. 열매가 여물었다 싶은 정도가 있다고. 그리고 흔들었을 때 훅~하고 잘 떨어지면 이 역시 딸 때가 되었다는 것이란다. 최종 확인은 한 두 개의 겉껍질을 으깨서 속의 열매를 확인해 보고 판단한다. 이 샘플 열매가 다 익었으면 "오케이! 땁시다!"로 최종 결정.
과정은 무척 단순하다.
힘차게 가지를 흔들면, 익은 아몬드가 후드득~
그다음엔 땅에 떨어진 아몬드를 부지런히 줍는다.
다른 하나는, 호두.
초록색 겉껍질이 갈라지면서, 속의 호두가 보이기 시작하면 딴다.
역시 과정은 아몬드 나무랑 똑같다 - 호두나무를 흔들면, 호두가 툭~하고 제법 무거운 소리를 내면서 떨어진다. 그리고 나면 열심히 땅에 떨어진 호두를 줍는다.
(와중에 쉴 새 없이 비벼대는 애교쟁이 고양이.
"아휴, 저리로 좀 가 있어봐 봐!"하고 웃으면서 밀어 내도, 꼭 이럴 때 더 앵긴다!)
호두는 저렇게 초록색 껍질에 싸여있다.
잘 익은 호두는 알아서 초록색 겉껍질이 벌어지면서 말라, 안의 호두가 쉽게 쏙~하고 나온다.
익긴 익었는데 아직 초록색 껍질이 덜 마른 호두는,
안쪽에 약간의 진액 같은 것이 묻어있는데, 이게 맨 살에 묻으면 진갈색으로 착색이 된다고!
쉽게 물이 빠지지 않으니, 장갑을 꼭 껴줘야 한다는 것이 신랑의 설명.
어른들은 열심히 흔들고, 줍고,
보배는 기특하게 유모차에 앉아서 혼자 옹알이하면서,
엄마 아빠 호두 따기 구경.
사과, 호두, 아몬드는 사실 개체수가 많지 않아서, 우리 집과 시댁, 서방님네가 먹으면 딱 충분할 정도이다.
수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껍질이 단단해서 그런지 특별히 신경 써서 돌보지 않아도 알아서 고맙게 잘 열매를 내주는 편. 그에 비해, 수가 많은 오렌지는 손이 좀 더 간다.
매년 늦가을 무렵, 시아버지께선 꼭 "친환경 해충 덫"을 준비하신다.
트랙터 뒤에 핸드메이드 덫 페트병을 가득 싣고,
천천히 움직이시면서 오렌지 나무 하나씩마다 달아준다.
알베르토 설명으론,
파리나 벌레가 오렌지를 물어 놓으면, 문 곳 중심으로 색이 노랗게 드는데,
이러면 과일이 그냥 빨리 확 상해버린단다.
(익어서 색이 드는 게 아니라고!)
이런 해충을 막기 위해
페트병에 설탕+식초+물을 혼합한 액체를 담고,
입구로부터 살짝 떨어진 위에 뚜껑을 덮어주면 끝이라고.
그러면 그 혼합 액체 향에 끌려 벌레 (주로 파리)가 페트병 안으로 들어오는데 절대 못 나간단다.
"어머! 들어는 오는데, 못 나간다고?!"했더니,
정말 그렇단다.
다음날 확인해 본 바로는 정말로 파리들이 둥둥 떠있다!
신기방기!
12월 경, 물 많고 달달하고 알이 굵은 오렌지를 먹으려면, 이렇게 미리 돌봐야 한다.
자연이 좀 더 너그럽게 내주는 열매도 있고, 사람이 좀 더 돌봐야 하는 열매도 있는,
그래서 이래저래 감사하게 되는 풍성한 알비토의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