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시골 일기 11 - 일상, 시장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1년에 한 번, 알비토에서는 큰 장이 선다.
Feira dos Santos e Frutos Secos. 직역하자면 "(모든) 성인들의 날 및 건과일 축제"가 되겠다.
일단은 만성절 (All Saints Day - Dia de Todos os Santos, 11월 1일)을 기념하는 축제가 되겠고, 이와 더불어 지역 장터가 서는데, 주종목이 건과일, 견과류, 올리브, 수제햄, 수공예품 등이다. 알베르토 설명에 의하면, 이런 지역산물을 파는 장이 알란테주 지역에서 돌아가면서 선다고. 알비토서 11월 1일에 서는 건과일 축제는, 이 지역 장터 중 연내 마지막 장이다. 11월 넘어가면 날씨가 추워지고 겨울비가 내리면서, 야외장 운영이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알비토 뿐 아니라, 포르투갈 다른 시골 마을에서도, 지역별 특산품 위주의 장 내지는 지역 축제와 결합한 큰 장날 행사가 연 1회 정도 있는 경우가 많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소소하게 지역 특산물과 시골 장터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신랑에 의하면, 알비토 건과일 축제는 엄청 역사가 오래된 장이란다 - 16세기 정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지역 생산물 위주 장터라고. 특히 견과류, 건과일과 올리브 피클이 주종목! 외부 관광객보다는 지역주민 위주의 장터이고 견과류, 의류, 농기구 등등을 파는 전형적인 시골 장이다. 시골장이 그렇듯이, 신선한 제철 산물이 모이고, 흥정이 오고 가고, 이날 맞춰 고향에 들른 오랜 친척과 친구들을 만나는 장이다.
장터가 서는 곳은, 시에서 운영하는 대형 다목적 야외 공터인데, 우리집에서 1km도 못 되는 곳에 있다. 행사 며칠 전부터 부스며 천막을 설치하는 손길과 소리가 분주하다. 프로그램을 보니, 전야제에는 나름 유명가수 공연과 "젊은이들의 밤" 행사도 있고, 아침에는 자전거 경주대회도 있고, 또 무슨 걷기 대회도 있고, 책 소개 행사도 있고, 지역주민 만남의 장도 있고, 나름대로 소소하니 다채롭다.
장터에 가면 역시 군것질 먼저!
주문과 동시에 튀겨서 바로 계피 설탕에 퐁당~ 해주는 추로스. 안 맛있을 수가 없다~!! 초코, 딸기, 크림 등 원하는 토핑을 추로스 안에 채워서 먹을 수도 있다.
그다음에는 핫도그 스탠드도 들린다. (단짠단짠 코스는 어딜 가나 정석인 법!)
보통 핫도그, 햄버거, 구운 고기 샌드위치, 케밥 등을 같이 판다. 원하는 토핑을 골라 말해주면, 핫도그 아저씨가 재빠른 손놀림으로 척척 얹어, 역시 원하는 소스들을 주욱 짜 주신다. 토핑은 아래에서, 마요네즈, 케첩, 겨자 등 소스통은 위에서 - 빠른 손놀림 보는 재미가 있다. 핫도그는 맥주와 함께~
배는 부르지만, 아직은 뭔가를 (충분히) 더 먹을 수 있는 기분으로 또 걷다 보면, Ginginha진지냐를 잔으로 혹은 병으로 파는 곳들이 보인다.
진지냐는 포르투갈의 체리/버찌 브랜디로, 달달한 리쿼르다.
손바닥 1/4만 한 초콜릿으로 만든 잔에 한 잔 따라서 마실 수 있다. (보통 1유로 / 리스본 같은 도시는 더 비쌀 수도~) 체리향과 초콜릿향이 같이 느껴지는 데, 꽤 잘 어울린다. 당연히 초콜릿 잔은, 마지막에 입으로 쏙~
초콜릿을 먹었으니 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분으로 (1년 한 번 있는 큰 장터라니깐요!)
걷다 보면 치즈 파는 곳이 나오고...
포르투갈에서 제일 고산지대인 세라 다 에스트렐라Serra da Estrela 에서 온 치즈 스탠드가 있네. 여기 양젖 치즈가 유명하단다. 크림처럼 부드러운 치즈도 있고, 기분 좋게 씹히는 단단한 질감의 치즈도 있고, 향도 가지각색. 당연히 조금씩 맛을 본 후 살 수 있다.
실내 장터 안에는, 수공예품, 장난감, 꿀, 화장품 등등 지역특산물이 가득하다.
올리브 종류와 숙성시키는 방법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이라는 올리브 피클도 빼놓을 수 없고, 수제 소시지와 햄, 고기, 육가공품도 있고, 호두, 무화과, 말린 자두, 밤, 아몬드, 헤이즐넛 등등 견과류와 건과일도 잔뜩~ 알란테주에서 난 것도 있지만, 바로 옆 주인 알가르브에서 나는 견과류와 건과일은 특히 유명하다고. 말린 무화과가 특히 많고, 말린 무화과에 아몬드를 촘촘히 박은 것도 맛이 있다.
저녁에는 푸드코트 격인 천막 안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맥주와 와인에 구운 고기, 구운 소시지, 햄버거, 빵, 기타 요리 등을 같이 파는데, 음식 냄새가 가득, 이야기 소리로 시끌시끌하다. 바로 옆 천막에서는 전통춤이나 노래 공연도 펼쳐지고! 왠지 익숙하고 정겨운 느낌. 그리고 다니다 보면 아는 사람들을 여기저기서 만난다.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가족과 친구들의 반가운 얼굴을 곳곳에서 보고, 등을 두드리고 웃으며 그간의 안부를 묻고, 또 같이 와인을 한 잔 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축제 분위기 가득~
많이 크지도 않고, 무언가 거창하고 세련된 공연이나 멋들어지고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알비토 가족들을 보면,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가 즐길 거리가 펼쳐진다는 점이 좋다 - 일단 연령에 관계없이 올리브, 치즈, 건과일 장보기는 다들 좋아한다! 핫도그, 케밥, 소시지빵, 추로스, 진지냐, 와인, 구운 고기 등등 다양한 간식거리도 좋다. 시부모님께서는 걷기 행사나 노인 연극을 보러 가시기도 하고, 알베르토와 형제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 떨 기대만으로도 축제를 기다린다. 조카들은 DJ의 클럽 나이트에 가서 새벽까지 놀다 들어온다. 어린이들은 회전목마, 범퍼카 같은 '유원지표 놀이기구'를 태워 달라고 조른다. 그럼 아직 2살 미만인 보배는??
엄마 아빠가 열심히 먹는 것 구경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