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 아니고, 인사라니깐요

한국이 궁금해! 07

by 마싸

2016년 한국 여자와 결혼하기 전엔, 한국은 "Korean War, IT, K-pop" 정도만 알았던 포르투갈인 신랑이 한국에 와서 궁금해하는 별별 것들. 그리고 거기에 답하다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한국 이야기.




한국은 음식도, 사람도, 시스템도 모두 다 좋다는 신랑이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허전했던 적이 있단다. 바로 첫째가 태어났을 때!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 순간, 함께 기다리고 있었던 친정 부모님께 달려들어,

(포르투갈 식으로) 껴안고 양 뺨에 입맞춤을 하려던 순간,

'아차차차~ 여기는 한국!'

이란 생각에 얼렁 정신?! 을 차렸단다.

힘껏 껴안기 위해 올렸던 손을 내리고, 얌전하게 손을 맞잡고 서로 웃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고.

바로 탯줄을 자르고, 아기 첫 목욕을 시켜주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도

'아... 뭔가 허전해. 놓친 게 있는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럴 법도 한 게, 포르투갈은 인사할 때 베이지뉴Beijinho 라는 뺨키스를 하는 나라다.

이웃나라인 프랑스와 스페인, 아니면 바다 건너 남미 쪽처럼, 양 뺨을 번갈아 맞대고 쪽 소리를 내면서 "안녕하세요"라고 한다. 단, 진짜로 쪽~ 뽀뽀를 하지는 않고, 소리만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엔 상황과 사람, 성별에 따라 악수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처음 이런 뺨키스 인사를 접한 것은 파리에서 교환학생을 할 때였는데, 나라와 지역에 따라 한 번에서 네 번 까지 쪽쪽~거리는 횟수가 다양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네 번 하는 동네에서 온 친구들이랑 만날 때면, 만나고 헤어질 때 인사하는 데만 무척 시간이 걸리기도!)

그 이후로도 뺨키스 인사를 하는 곳에서 살고, 자연스럽게 뺨키스를 하지만, 아주 편하지만은 않았다. 편한 사이면 모르겠는데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는, 손의 위치가 항상 애매하다 - 자연스럽게 팔이나 어깨에 손을 올리기엔 쉽게 손이 안 올라가고, 손을 내려뜨리면서 뺨키스만 할려니 왠지 몸이 뻣뻣해지고, 그렇다고 온 몸을 뒤로 쑤욱 뺀 채로 뺨만 맞대는 것도 우습다. 나에게 인사는 "안녕하세요" 하면서 고개를 숙이거나, "안녕"하면서 손을 흔드는 편이, 당연히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신랑에겐 뺨키스가 더 익숙한 것이 당연하다. 오랜 시간 동안 신랑에게는 "인사=베이지뉴" 였으니 말이다.

한국에 처음 왔다가 포르투갈에 다시 갔을 때, 가족들에게 들려준 "한국에서 신기했던 것"에는 인사 이야기가 꼭 들어가 있었다. 김치 냉장고, 이름 대신 서로 호칭을 부르는 문화와 더불어 "한국에선 베이지뉴를 하지 않는다!"라는 신랑의 말에, 시부모님은 무척 놀라워하셨다.

"아니, 그럼 가족끼리도 그냥 고개를 숙이는 거야? 베이지뉴하지 않고?"

"그럼요. 음... 그냥 손을 잡거나 안거나 하는 정도는 해요."
"어머나~ 그럼 알베르토야, 너의 장모님께도 베이지뉴를 하지 않니?"

"특별히 더 하면 안 돼요! (웃음) 공손히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해야죠!" (<--- 한국 오기 전, 어른들에게는 고개를 공손히 숙인다라는 나의 가르침을, 신랑은 아주 착실하고 진지하게 따라 주었다)


나는 똑같은 이야기를 우리 엄마와 했다.

"얘, 그럼 다 그렇게 얼굴에다 뽀뽀를 한다는 거니?"
"응. 그렇다니깐! 아니, 그리고 뽀뽀 아니거든요. 인사라니깐. 쪽 소리 내면서 얼굴 갖다 대는 거라니깐~"

"얘, 어쨌거나... 그럼 넌 너네 아주버님한테도 그래?"

"아하하하하~ 당연하지."

"어머나, 얘... 그럼 시아버지께도?"

"아니, 엄마! 인사라니깐! 거긴 인사가 그래! 아하하하하하"


시부모님께선 한국 사람들은 무척 예의가 바른 것 같다며 놀라워하셨고

(가족끼리도 이름이 아닌 '누나'와 같은 호칭을 쓰다니!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다니! 깍듯하기도 하지~),

우리 친정 부모님께선 포르투갈 사람들은 무척 다정다감한가 보다며 놀라워하셨다.

흔히들 '문화의 다양성'이란 것을 많이 듣고, 당연하게 생각한다고들 하지만,

막상 '인사'같은 일상적인 사소한 것들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되면, 느껴지는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에 놀란다. 아무리 얘기해도, 우리 엄마에게 베이지뉴는 '인사가 아닌 뽀뽀'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어머니에게는 고개 숙이는 것이 '인사가 아닌 고개 숙임'처럼 느껴질 것이다. 각자에게 익숙한, 각자가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인사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문화를 접한다는 것은, '내 생각의 문턱'을 좀 더 낮춰준다. 인사마저 이렇게 다른 데, 다른 것들은 또 얼마나 다를 것이며, 내가 생각했던 인사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어머나, 세상은 정말 넓고 다양하구나! 내가 아는 것은 그중 극히 일부분이로구나. 나에게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구나"

라는 당연한 것을 되새기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초반의 충격?! 에 비해 몇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엄마는 많이 유해지셨다.

"얘, 사위가 그렇게 서운해 하든? 뽀뽀 안 한다고?" (여전히 인사. 가 아닌 뽀뽀.라고는 하신다)

"아니, 서운해한다기보단. 그게 그 사람한테는 당연히 인사니깐. 뭔가 인사를 덜 한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겠지."

"... (곰곰이 생각 중) 얘, 그럼 둘째 날 때는 그냥 자기 식대로 축하 인사하라고 해봐라. 내가 어떻게 참아볼게"

"아하하하하, 엄마는... (찡긋) 고마워~!"


한편 우리 시부모님이나 시댁 가족들도, 나를 보면 고개를 숙이는 한국 인사를 하곤 하신다. 하지만 평생 안 해 본 것이니 어색하고 쑥스럽기도 해서, 멋쩍고 즐거운 웃음 후엔, 다시 베이지뉴로 복귀!

"... 그런데 한국식 인사는 간단해서 좋아."

라는 게, 우리 시어머님의 말씀.

"베이지뉴는 여럿이서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 가족들이 모였다 헤어지면, 아휴~ 인사하는 데만 시간이 꽤 걸리거든. 한국식 인사는 간단해서 좋네."



양 국의 우리 가족은 이렇게 하나씩 천천히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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