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궁금해! 08
2016년 한국 여자와 결혼하기 전엔, 한국은 "Korean War, IT, K-pop" 정도만 알았던 포르투갈인 신랑이 한국에 와서 궁금해하는 별별 것들. 그리고 거기에 답하다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한국 이야기.
한국 여자와 결혼해서, 반은 한국인인 아이들의 아빠가 되어서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신랑은 한국을 무척 좋아한다 -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신속 정확하고, 체계가 잡혀 있으며, 활발하고, 무척 발전된 나라라는 것이 한국에 대한 신랑의 솔직한 생각. 그러나 신랑이 질색하는 것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인도 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처음 서울에 와서 길을 걷는데, 인도 위를 다니는 오토바이를 보고 무척 놀라 했다. 더구나 한 두 번이 아니다 - 심심치 않게, 일상적으로, 인도와 차도를 왔다 갔다 하는 오토바이, 인도 위에서 달리는 오토바이,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 어느샌가 뒤에서 슈웅~하고 앞으로 나가는 오토바이들에 깜짝 놀라고, 이에 대한 제재가 딱히 없어 보이는 것에 두 번 놀랐다. 사람들이 어떻게 가만히 있느냐며, 오토바이가 어떻게 함부로 인도 위를 달릴 수 있느냐며 놀라워했다.
나 역시 이런 오토바이들에 대해 불쾌하고 놀라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 단순히 불쾌함에 그칠 문제가 아니고, 안전을 생각하면 강력한 단속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워낙 일상적인 일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조심하는 쪽으로 신경을 더 쓰게 된다. 내가 매번 사진을 찍어서 신고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거니와, 그렇게 한들 무슨 변화가 있을까 싶은 체념도 있다.
검색 채널에 "인도 위 오토바이"로 검색을 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문제를 성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오토바이가 인도 위에 올라와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뒤에서 부우웅하는 오토바이 엔진 소리에 깜짝 놀란다, 신호가 걸리면 인도 위로 올라가서 요리조리 운전하는 모습에 불안하다 등등. 통계로 봐도 최근 3년 사이 이륜차-보행자 간 사고는 증가 추세라고.
(2018년 ‘트렌드모니터’가 응답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륜자동차 관련 전반적인 인식을 평가한 결과, 응답자의 74.8%가 가장 위험한 교통수단으로 이륜자동차를 꼽았다. 또 그들 중 79%는 인도에서 주행하는 이륜자동차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http://www.fnnews.com/news/201903291440136306
http://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146899)
찾아보니, 오토바이 인도 주행은 당연히 불법인데,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범칙금 4만 원에 벌점 10점 부과란다. (너무 솜방망이 처벌 아닌가요?!)
그리고 공통적으로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배달앱 운전자들과 퀵서비스 운전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읽은 기사들에 따르면, 배달 종사자들은 호출 건수에 따라 소득이 달라지는 탓에 어쩔 수 없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기에, 교통법규를 위반해서라도 빨리 더 많이, 일거리를 맞추려면 어쩔 수 없이 횡단보도와 인도를 주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기사들을 읽고 나면 착잡해진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자기와 남의 목숨을 위협해가면서까지 불법 운전하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게다가 아기가 생기니 더 그렇다 - 유모차를 밀고 가면서 몇 번씩 인도 위에서 오토바이에게 위협적인 느낌을 받고 나니, 정말 위험한데 싶은 생각이 들고 화가 난다.
하지만 개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왜 위험하고 좋은 소리 못 듣는 걸 알면서도 이런 상황이 계속 일어나는가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배달과 퀵 서비스에 익숙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내가 원할 때 편리하게 이용하길 원한다. 그리고 사실 한국은 이런 서비스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한 곳이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제대로 된 비용을 반영할 수 없다. 저렴한 비용으로 인한 손해가 나다 보니, 적절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일탈을 감수해서라도 손해를 보전하고자 한다. 그러면 그 위험 부담은 배달업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반 시민들 역시 같이 입게 되는 것이다.
불법 운전을 하는 일부 배달업 종사자들을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 지금보다 더 철저한 단속과 벌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 거기에 대해서, 다른 비상식적인 사회 현상들과 마찬가지로, 왜 사회의 일반 구성원들이 비정상적으로 비상식적으로 행동하고, 그것이 계속되는가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질문과 해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신랑의 나라, 포르투갈은 나름대로의 문제가 무척 많은 나라이다. 그러나 인도 위를 막무가내로 질주하고, 횡단보도를 마구 건너는 오토바이는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신랑이 한국에서 그렇게 놀랄 수밖에. 어떤 현상이 어디에서는 없고, 어디에서는 많은 이유가 단순히 개인들이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 라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