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궁금해! 09
2016년 한국 여자와 결혼하기 전엔, 한국은 "Korean War, IT, K-pop" 정도만 알았던 포르투갈인 신랑이 한국에 와서 궁금해하는 별별 것들. 그리고 거기에 답하다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한국 이야기.
며칠 전의 이야기이다.
신랑과 직장동료가, 포르투갈에서 동티모르로 오는 사람 편에 보낼 짐이 있는데 어떻게 전달하느냐로 같이 이야기를 했다.
짐을 전달해 줄 사람은 A시에 살고, 짐을 받을 사람은 B시에 사는데,
어떻게 이것을 전달해 줄 것인가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를 하길래 중간에 끼어들었다.
"잠깐, 그 짐이 도대체 뭐야?"
(특산물 같은 것인가, 아니면 깨지기 쉬운 것인가, 아니면 귀중품 인가 하고 궁금해졌음)
"여행용 가방이야. 빈 가방"
"그럼 그냥 우체국으로 보내면 되잖아."
"이보세요, 한국 아니거든요?"
신랑이 한국에서 놀라워하고 좋아하는 것들이 많지만, 그중 하나는 단연 택배와 배달이다.
지난번에 신랑이랑 한국에 갔을 때, 동생이 같이 킹크랩을 먹자고 한 적이 있다. 신랑은 수산시장을 좋아해서, 수산시장 가는구나 하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동생은 "자연스럽게" 온라인 주문으로 배달을 시켰다. 그때 신랑은 깜짝 놀랐었다. 이런 것도 배달이 되냐며, 책이나 일반 공산품은 모르겠는데, 이런 신선식품도 아이스박스에 촥촥 잘 포장이 되어 집까지 배달해주다니, 그것도 하루 만에! 라며 무척 놀라 하고 감탄했다.
뿐만 아니다.
물건을 보낼 일이 있으면, 전화나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보통 다음날 집까지 가지러 온다는 것에는 더욱 놀랐다.
나 역시 한국의 이런 배달문화가 범상치 않은?! 것임은 알고 있다.
2000년대 초 파리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낼 때, 엄마가 라면박스 1.5배 크기 박스에 겨울옷을 보내 주신 적이 있었다. 언제나 오나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집에 왔더니, 우리 집 근처 우체국에서 붙여 놓고 간 통지문 비슷한 게 문에 붙여져 있었다.
읽어보니
"너한테 국제소포가 왔다, 그런데 박스가 너무 커서 우리가 배달할 수 없으니, 네가 가지러 우체국으로 와라"라는 내용이었다.
아니, 크면 더 배달해줘야 하는 거 아냐? 가지러 오라는 건 무슨 얘기냐, 그럼 우체국은 도대체 뭘 배달하는 것이냐 하면서 씩씩 대었지만, 아쉬운 사람은 나인 걸 별 수 있나. 두 바퀴 달린 장바구니 비슷한 걸 우체국으로 끌고 가서 소포를 받아, 낑낑대며 집까지 15분을 걸어와 기진맥진한 적이 있다.
포르투갈 역시 비슷하다.
우체국으로 보내면 되지라는 말에 신랑은 우체국에선 그런 것을 보낼 수 없단다.
"아니, 빈 여행가방이 보내기 뭐가 힘들어서, 깨지는 것도 아니고, 무겁지도 않은데 포장만 잘하면 되지"라고 했더니, 그럼, 네가 한 번 보내보라며, 포르투갈은 한국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 도대체 우체국에서는 뭘 보내고 배달하는 거야?!라고 했더니 딱 한 마디!
"편지. 편지는 보낼 수 있지"
(물론 소포도 보낼 수는 있다. 단 커다란 빈 가방은 못 보낸다는 것이 신랑의 경험상 멘트)
한국의 편리하고 신속한 배달문화야 익히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정말 편하긴 하구나"를 맞닥뜨릴 때가 몇 번씩 있다. 해외생활을 하다 보면 한국의 이런 편리한 택배서비스가 아쉬울 때가 정말 많다.
그러나 또 없는 대로 살다 보면, 가끔씩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때도 있다.
"정말 이렇게까지 편리할 필요가 있는가? 편리한 건 분명한데, 그에 대한 대가는 무엇이며, 누가 치르는가?"
한국에 계속 있으면 일상이 되다 보니, 딱히 이런 질문을 던질 일이 없는데, 없이 살다 보니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나도 한국에 있으면 새벽 배송, 당일배송, 휴일배송을 이용하고, 너무 편리하고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없는 곳에 있으면 또 나름대로 미리 알아서 장을 본다던가 한다. 신랑 직장동료처럼 무언가 보낼 짐이 있는데, 택배서비스가 없으면, 건너 건너 지나가는 누구에게 부탁을 해서, 다들 어떻게든 짐을 보내고 받는다. 옛날 방식이고, 불편하긴 하지만, 어떻게든 하기는 한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있으면 있는 대로 잘 쓰고, 없으면 없는 대로 어떻게든 해 나간다. 또 필요에 의해 서비스가 생기기도 하지만, 반대로 서비스가 있고 없고에 따라 없던 필요와 수요가 생기기도 한다.
한국 택배와 배달은 너무 좋고 편하다. 하지만 떨어져 있다가 가끔 들어가다 보니, 예전에는 딱히 많이 의식하지 않았던 점들이 조금씩 보이는 데, 마음이 불편해진다.
- 이 수많은 포장재들, 택배 몇 개 뜯어놓고 보면 수북하게 쌓인 포장재들이 영 불편하다. 그러다 보면, 그냥 내가 가서 사 와도 될 것들을 택배로 시키면, 그 배달에 드는 차와 화석연료까지 생각하다 보면 더 불편하다. 택배와 온라인 쇼핑이 같이 성장하다 보니, 그로 인한 직업창출 효과도 있겠지만, 때때로 기사에서 보는 우체국 직원 과로사라든가, 업무강도에 비해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택배기사 이야기들을 떠올리면 또 좀 불편하다. 그렇다고 그런 불편한 마음 때문에, 택배를 딱 끊고 살아야지라는 결심이 드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니다. (그런 얄팍한 내가 또 불편하다! 이렇게 환경의 동물이라니! 하면서 말이다...)
다만 한국 사회 전체의 경쟁과 속도가 택배 과열 경쟁에도 분명히 드러나는 것 같다는 얘기다.
택배 없는 곳에선 처음엔 답답한데, 그리고 그 이후에도 가끔씩 "아효, 속 터져!" 하게 되지만, 요즘엔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과함과 좀 불편함 중, 어느 것이 좀 더, 모두에게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