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궁금해! 12
2016년 한국 여자와 결혼하기 전엔, 한국은 "Korean War, IT, K-pop" 정도만 알았던 포르투갈인 신랑이 한국에 와서 궁금해하는 별별 것들. 그리고 거기에 답하다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한국 이야기.
신랑이나 나나 둘 다, 한국에서나 포르투갈에서나, 슈퍼마켓과 시장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둘 다 공산품 코너보다는 음식과 식재료 코너에서 항상 오랜 시간을 보낸다.
둘 다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고, 각자의 나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에 흥분하면서 상대방에게 어떤 음식인지를 알려주는 것도 좋아한다. 항상 먹어 왔던 음식들에 반가워하고, 새로 나온 제품들에 흥분하다 보면 시간이 금세 간다.
신랑이 특히 감탄한 것은 대형마트의 시식 코너.
분명 겉보기엔 포르투갈이나 다른 곳이나 어디서건 있는 현대적인 대형마트인데, 안에 들어오면 분위기는 왠지 시장같이 떠들썩하고 활기차다. 타임세일을 외치기도 하고, 00가 좋으니 드셔 보시고 사시라, 오늘 특별히 00을 세일한다라는 멘트들도 많이 들리고... 확실히 그런 소리들이 없는 조용한 포르투갈 대형마트와는 분위기가 다르긴 하다.
시식코너는 또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지.
게다가 포르투갈에서는 보지 못했던 식재료와 제품들이 많으니, 신랑에게는 그야말로 신세계!
"와, 이 버섯 좀 봐. 포르투갈에서는 이런 버섯을 본 적이 없는데, 신기하게 생겼어"
라면서 버섯 코너 앞에 서면, 어느새 시식 직원분께서
"아이고~ 이게 이렇게 그냥 슥슥 볶아서만 먹어도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또 이렇게, 이렇게~~ 보세요, 청양고추를 조금 넣으면 매콤한 게 진짜 입맛 돌아요. 자자, 한 번 드셔 보세요."
라면서 적극 권해주시곤 한다.
할 수 있는 한국말은, 아직 극히 제한적이지만,
"감사합니다"와 "맛있어요"만은 정말 완벽한 발음과 억양으로, 더불어 고개 숙여 인사까지 아주 공손하게 잘할 줄 아는 신랑은,
"그렇죠? 맛있지요? 하나 더 드세요"라는 권유도 많이 들으며 무척 행복해하곤 한다.
게다가 아직 어린 아기까지 같이 나가는 날에는, 인심이 더 후해진다.
버섯, 두부, 양념 고기, 생선, 만두, 젓갈, 동그랑땡, 요구르트, 커피 등등 온갖 종류의 제품들이 다 시식이 되곤 하니, 신랑은 시식코너를 무척 좋아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절대 무턱대고 끼어들어 요구하지는 않는다. 지나다니다가 궁금한 것이 있는데, 시식코너가 있으면 한 번 시도해 보곤 한다. 나 역시도 그렇다. 그래서 맛보고 괜찮으면 사고, 아니면 다음을 기약하고!
보통은 시식한 음식들이 거의 다 마음에 들어서, 원래 사려고 했던 것보다 더 많이 사 오곤 하지만 말이다.
몇 년 전까지 한국 음식은커녕 한국에 대해서 거의 몰랐던 신랑이,
마트 시식하면서 명란젓이 너무 맛있다며 사가자고 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다.
반찬코너에서는 신중하게 추천받은 반찬들, 장아찌며, 젓갈, 김치, 말랭이 등을 맛보면서,
"요거, 조거, 이거 이렇게 사가자"라고 말하는 신랑을 보면 재미있다.
겉보기는 현대적인 마트이지만, 활기참과 떠들썩함이 있는 한국 마트는 시식 코너가 큰 몫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위생상의 문제도 가끔 있다고 하고, 시식코너에 일하시는 직원분들이 많이 앉지를 못하신다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고, 시식 코너 자체가 무척 상업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식코너에서 공짜로 먹었을 때, 즉 사람들이 무상으로 어떤 서비스를 받았을 때, 이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다 이래 저래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시식 코너의 매력은 크다 - 물건과 사람의 관계가 아닌, 물건을 매개로 사람들이 수다도 떨고 하는 사람-사람의 "관계"가 약간 생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각자의 나라에서 계속 사는 경우가 아닌 단기간 방문 거주자에 해당한다. 해서 구매에, 특히 음식 구매에, 무척 너그러워진다.
"그래, 버섯이랑 명란젓 원래 사려고 안 했지만, 뭐 어때? 맛있는데, 조금 사서 먹지 뭐."라고 해진다.
단 이렇게 마트에 다녀오면, 둘 다 쉽게 지친다. 떠들썩하고 활기찬 곳은, 있을 때는 같이 분위기에 휩쓸리는데, 나오면 진이 빠진다고 해야 하나. 좋기는 한데, 오래는 못 있을 느낌. 실제로도 오래는 못 있는다.
그래도 사람 마음이 재미있는 것이, 막상 있으면 "너무 붐벼, 정신없어"라고 하는데, 떠나오면 그런 떠들썩함, 분주함이 곧 생각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