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에 대한 다른 생각

한국이 궁금해! 13

by 마싸

2016년 한국 여자와 결혼하기 전엔, 한국은 "Korean War, IT, K-pop" 정도만 알았던 포르투갈인 신랑이 한국에 와서 궁금해하는 별별 것들. 그리고 거기에 답하다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한국 이야기.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신랑이지만(제일 좋아하는 것은 미역국과, 구운 김에 밥과 김치를 올려 싸 먹는 것), 평생 빵을 먹으면서 살아온 사람인지라, 한국에 있을 때는 빵에 대한 그리움이 당연히 있다. 그러나 신랑이 생각하는 빵과,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빵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

신랑이 평생 먹어온 빵은, 일테면 나에게 있어 잡곡밥과 비슷하다.

- 부드럽기보단 질감이 있고, 씹는 맛이 있고, 씹을 때의 고소한 맛이 나는 것!


신랑의 고향인 포르투갈 남부, 알란테주 지방에서는 밀, 효모, 소금, 물, (그리고 아마 조금의 설탕)의 기본재료로만 빵을 만드는데, 묵직하고 빵의 결이 살아있다. 단맛은 전혀 없다.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빵이 아니고, 씹어야 하는 빵이다. 그런데 이게 또 거칠고 꺼끌 거리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조금 씹다 보면 입에서 부드럽게 침과 섞이면서 곡물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나는, 그래서 식욕을 돋우는, 싫증 나지 않는 빵이다.

버터를 발라 먹어도 맛있고, 올리브유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고기나 소시지, 생선을 얹어 먹어도 맛있고, 수프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수프에 넣어 먹어도 맛있다.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빵은 너무 달거나, 짜거나 하지 않고, 딱 곡물 기본의 맛을 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내게 있어 쌀밥이나 잡곡밥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이런 기본 맛 식사빵이 한국에서 아직까지는 많이 찾기 힘든 것이 당연할 지도!

식생활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우리에게 주식은 빵보단 밥이니 말이다.


한국에서 우리가 묵는 친정은 대도시에 있고, 주위에 프랜차이즈 빵집과 대형마트 빵집뿐만 아니라, 나름 인근에서 유명한 제빵사가 운영하는 개인 빵집 등 빵집이 많다. 그러나 하루 두 끼 한식을 잘 먹다가도, 한끼 정도는 빵을 먹고 싶은 신랑이 찾는 빵은 없다.

식빵은 너무 달고 (식빵이 달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빵이 주식인 나라에서 몇 년 살다가 한국 식빵을 먹어보니 "어, 식빵이 원래 이렇게 단 맛이었나" 싶었다), 바게트나 통곡물빵은 달지는 않지만 너무 무르고? 씹는 맛이 제대로 안 난다는 것이 신랑의 의견. 나도 신랑 덕에 포르투갈 식사빵을 몇 년 먹어보니, 이제는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마치 내가, 포르투갈의 중식당이나 일식당에서 나오는 왠지 퍼석퍼석한 쌀밥을 먹으면 "아, 밥이 이게 아닌데" 싶다가, 한국에 와서 집밥을 먹으면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신랑에게도 마찬가지일 터.

평생 먹어온 주식에 대한 본능적인 입맛은 그만큼 결이 다를 수밖에.

매일의 맛, 일상의 맛이지, 화려한 맛은 아니다.

매우 일상적이고 기본적이기 때문에 쉽고 값싸게 먹을 수 있지만, 현지에서 바로 그 자리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이기도 하다. 동네 빵집에서 매일 구워내는 빵, 아니면 매일 짓는 기름진 쌀밥은 정말 딱 그곳들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지 않는가.


해서 만약 포르투갈에 가실 일들이 있으시다면, 동네 빵집에서 매일 구워내는 주식 빵, 싸고 많고, 투박하고 묵직하고 불규칙적인 둥그스름한 빵들을 한 번쯤은 맛보시길!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럽고 달달한 맛과는 거리가 멀지만, 곰곰이 씹다 보면 나는 여러 가지 맛들이 분명히 있다. 그다음엔 각자 취향에 따라 이건 버터 발라 먹어야 되겠다, 올리브유 찍어 먹어 볼까, 아니면 무언가를 얹어서 같이 먹어볼까 등등에 따라 다양해질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게 바로 현지의 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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