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시골 일기 28 - 와인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2019. 7
아침식사 후, 루이지냐를 시댁에 맡기고 보배와 신랑과 셋이서 근처 와이너리로 향했다.
내일 있을 가족 점심 식사에 쓸 와인을 사러 가는 것.
시부모님, 신랑의 형제네 가족들, 이모님들, 사촌들이 우르르 약 25명 정도 오기로 했기 때문에 음식이며, 탁자와 의자에, 그릇이며, 이런저런 준비할 것들이 많을 것 같은데...
"뭐, 별로 신경 쓸 건 하나도 없어"라며 무사 태평한 태도를 보이던 신랑이,
"제일 중요한 것은 와인!"
이라며, 며칠 전부터 와인은 여기로 사러 가자라고, 무척이나 진지하게 몇 번을 얘기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랬다고, 또 나 역시 와인을 좋아하니 이견이 있을 턱 있나.
신나게 출발!
신랑이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곳이기도 하고, 집에서 차로 15분 정도로 가깝기도 한 곳이다. 이전에 신랑이 몇 번 맛보았는데 괜찮았었다며, 게다가 슈퍼마켓에는 따로 팔지 않는 와인이란다.
알란테주 지역답게 탁 트인 풍경에, 잘 줄지어진 포도나무밭이 아름다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홍보관은 시음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샵도 있고, 좀 뜬금없지만 꽤 큰 실내 분수도 있는 곳.
가족 소유의 와이너리로, 총 1,300 헥타르에 포도밭, 주택, 창고, 농장, 홍보관 등등이 있고, 그중 61헥타르가 포도밭이라고.
지하 와인 보관 창고도 넓고, 상을 받은 와인들도 좀 있고, 시설도 깨끗하고 좋아 보였으나 왠지 휑하고 싸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직원분께서 지금 이 와이너리는 팔려고 내놓은 상태란다. 신랑의 추측으로는, 아마 이 와이너리를 조성한 애초의 주인이 죽고, 남은 가족들은 와이너리 경영에 대한 관심이 적으니 매물로 내놓은 게 아닐까라는 것.
흠... 조금 안타깝기도 하네.
상을 받은 연도들을 보니, 2000~2009년 산까지의 와인으론 계속 활발하게 상을 받았는데, 그 이후로는 거의 없다. 아마 그때가 애초 이 와이너리를 구축하고 와인을 만들기 시작하던 미지의 재력가
(와이너리 설비나, 포도밭 조성을 보통 돈으로는 할 수 없으니 분명 재력가였을 것이다!)
님께서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할 때가 아닐까?
평생 원하던 자신만의 와이너리를 마침내 완성해서 아름다운 와인을 빚기 시작한 지 5년, 갑자기 불치의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뜻을 이어 와이너리를 가꾸고 와인을 빚을 자식들을 찾지만, 첫째는 술을 못 마시는 자, 둘째는 술을 너무 좋아해서 문제인 자, 셋째는 실리콘밸리에서 AI를 연구하는 천재, 넷째는... 등등으로 적절한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상심 끝에 세상을 떠나게 되어, 와이너리를 비롯, 모든 재산은 자식들이 처분해서 나누기로 동의, 매물로 내놓은 것이 아닐까?...
라며, 나름 머릿속에서 뭉게뭉게 소설을 쓰면서 집으로 왔다.
(아니, 써놓고 보니 그럴듯하잖아?! )
저녁때 신랑과 미리 한 병을 따서 나눠 마셨는데, 괜찮다. 안정적이고 가볍지 않은 맛.
매물로 팔리면, 새로운 주인의 의향에 따라 다시는 생산을 못할 수도 있겠지, 내년에는 맛보지 못할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을 하니 괜스레 "잘 마셔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잔은 "미지의 재력가"에게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