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왔구나"라는 맛

포르투갈 시골 일기 24 - 일상, 오렌지

by 마싸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처음 알비토집에 왔을 때, 제일 감탄하면서 먹었던 것 중의 하나는 오렌지 주스.

집을 둘러싸고 있는 오렌지 과수원으로 가서 빛 좋고 단단한 놈들로 잘 골라, 바로 부엌으로 들고 와 짜 먹는 오렌지 주스였다. 바로 나무에서 딴 싱싱한 과일이나 야채들의 싱싱한 맛은 물론이고, 아무것도 타지 않은 진한 맛이 그렇게 강렬할 줄이야!

오렌지가 원래 이렇게 맛있게 달고 새콤한 것인가, 정말 이런 오렌지 주스라면 이것만 먹어도 배가 부르겠다 싶게 충만한 맛이었다. 오렌지 주스야 워낙 흔하고 다양하니 이미 당연하게 '아는 맛'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20171114_090551.jpg 알비토 집 오렌지 과수원, 2017년 11월.


그래서 그런가 알비토집을 떠나 있으면 그 싱싱하고 진한 진짜배기 오렌지 주스가 많이 생각난다.

달고 새콤한 맛 생각에, 입에 저절로 침이 도는 것도 있지만, 오렌지 주스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오렌지 과수원과 집 주위의 풍경, 공기 중의 싱그러운 냄새, 나무들을 훑고 가는 바람 소리, 그리고 양 떼가 지나가는 소리 (양들 목에 방울을 매다는데, 그 소리가 그렇게 평화롭고 좋을 수 없다)들까지... 온 감각이 차오르면서 알비토 집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집에 도착하면 얼른 오렌지를 따러 간다.


이번 도착한 다음 날에도, 아침 식사 후 산책길에 오렌지 과수원에 들려, 아직까지 달려있는 오렌지를 몇십 개 따왔다. 6월이면 오렌지가 거의 끝물인데, 7월 말인 지금은, 정말 탈탈 털어야 아직까지 달려있는 놈들이 그래도 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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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오렌지들을 물에 한 번 씻어, 반으로 가른다.

가른 오렌지 반쪽을 착즙기 위에 올리면, 저절로 돌아가며 즙을 짜낸다.

맨날 손으로 짜는 것만 쓰다가, 자동 착즙기를 처음 써 봤는데 정말 편하다.

오렌지 열몇 개가 순식간에 주스로!

신랑과 보배랑 같이 배부르게 나눠 마시고도, 한 컵이 남았다.


아~ 이 진하고 달달한 진짜배기 알비토 우리 집 오렌지 주스!

집에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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