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경우의 수가 빚는 다양함
(카르투사 와이너리)

포르투갈 시골 일기 30 - 와인

by 마싸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2019. 7


아침에 정신없이 아이들을 시댁에 맡기고 옆 동네 에보라의 카르투사 Cartuxa 와이너리로 출발.

나름 추억이 있는 와인이기도 하고 (처음 데이트할 때 마셨던 와인!),

또 맛과 향 자체도 우리가 좋아하는 와인이기도 하고

(EA, 카르투사, 타야, 스칼라첼리, 페라만카 라인 중에서 우리는 중간 정도의 카르투사를 주로 마신다),

비교적 좋은 품질의 와인을 꾸준히 만들고 있는 와이너리로 알려져 있어, 이번에 투어를 해 보기로 한 것. 와이너리를 소유한 EA 재단 Fundação Eugénio de Almeida은 비영리사업 (문화예술 후원, 교육 사업 등)과 영리 사업을 하고 있는데, 와이너리가 대표적 영리 사업인 셈.

* https://www.cartuxa.pt/en

이 사이트에서 BOOK NOW 를 누르면, 원하는 날짜의 원하는 프로그램을 예약할 수 있다.


사전에 10시 30분으로 투어 예약을 해 놓았기에, 늦지 않으려고 서둘렀으나, 5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다행히 영어로 투어 예약을 한 사람은 나와 신랑 둘 밖에 없어서, 바로 앞 시간대의 포르투갈어 팀과 동선이 겹치지 않기 위해 어차피 10분 정도를 더 기다려야 한다고.

잘 되었다 - 여유 있게 홍보관과 시음장을 구경하면서 기다렸다가 투어 시작.

작년에만 카르투사 와이너리에 약 2만 명 정도의 관람객이 다녀갔는데, 그중 80% 정도는 브라질 사람이었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 아무래도 언어 장벽이 낮고, 포르투갈 와인에 대한 친숙도가 높다 보니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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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분은 제일 먼저, 와이너리에서 주로 다루는 포도 품종들을 소개해주셨다.

5가지 품종을 소개해주었는데, 각 품종별 특색에 대한 설명과 향을 체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전체적인 특색을 방향화해서 향수처럼 뿌려주는 데, 인공적이긴 하지만 정말로 각 품종별 향의 느낌이 달라서

"아, 이런 느낌의 향이구나~!"

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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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투사 와인을 비롯, 포르투갈 와인은 보통 다품종 블렌딩을 많이 하는데, 블렌딩의 구성은 매년 수학과 품질 상황을 고려해서 달라진단다. 예를 들어, 특정 와인 A가 아라고네즈를 베이스로 하고, 트린카데이라를 서브로 해서 간다라는 원래 레시피가 있다면, 각 품종별 %를 어떻게 배합할 것인가는 매년 품종별 품질에 따라 달라진다고.


수확 시기 역시 매년 조금씩 달라진단다.

전문가들이 품종별로 포도 상태를 체크해서, 최적의 상태가 되면 그때 수확을 결정한다고. 예를 들어 2017년에는 8월에 처음 수확을 시작했고, 2018년에는 10월에서야 수확을 시작했단다. 수확은 30% 정도는 기계로, 나머지 70%는 인력으로 하는데, 추수한 포도들의 분류작업은 기계화가 많이 되었다고 한다.


수확 및 품종별로 분류된 포도는 오크통에서 발효과정을 거친다.

프렌치 오크랑 아메리칸 오크가 있는데, 두 가지 종류가 향이 다르단다. 프렌치 오크가 좀 더 강하고 담배향이 난다면, 아메리칸 오크는 좀 더 부드러운 편으로 바닐라나 견과류 향이라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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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본격적인 숙성과정 aging을 거치는데, 이는 품종별, 연도별로 또 달라진단다.

이렇게 에이징을 거친 품종별 와인 원액으로 또 블렌딩을 하게 된다고 - 이쯤 되면 경우의 수가 엄청 많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2011년도에 수확해서 빚은 아라고네즈를 6개월 숙성한 것과 12개월 숙성한 것, 18개월 숙성한 것 등등이 나올 테고, 트린카데이라, 알리칸트 부쉐 역시 마찬가지로 나올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전 해, 그 전전해, 그 이후의 해 역시 마찬가지로 나올 수 있다. 그럼 이것들을 어떤 비율로 어떻게 블렌딩해서 어떤 맛과 향을 뽑아낼 수 있는가는, 무척 많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10년에서 15년까지도 에이징을 한다고 하는데, 정기적으로 전문가들이 원액들의 품질과 향과 맛을 체크한단다. 이렇게 해서, 다른 원액과 블렌딩을 할지 말지, 아니면 그냥 단일품종으로 병입 할 것인지, 아니면 와인으로 최종 나가기엔 품질이 별로여서 리큐르나 위스키의 원료로 쓸 것인지 등등을 결정하게 된다.


블렌딩한 와인은 병입해서, 최종 시장에 내놓기 전, 병입한 채로 에이징을 거치기도 한다.

카르투사의 고급 와인 브랜드인 페라만카는Pêra-Manca 최소 18개월 에이징을 거친 원액들을 블렌딩 해서 30개월의 병입 후 에이징을 거치는 게 보통이란다. 물론 더 오랜 에이징을 거친다고 해서 그만큼 품질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나, 품과 시간이 들어가는 것은 분명 사실 일터.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페라만카는 카르투사 와이너리에서 고급으로 밀고 있는 브랜드이다.

19세기에 처음 나온 브랜드로, 1920년 경에 생산을 중단했다가, 1999년에 EA재단이 브랜드 일체를 매입하면서 다시 생산을 시작했다. 단, 당시 매입조건이 브랜드 명성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품질을 유지해 줄 것'이었고, 그런 연유로 페라만카 브랜드를 달고 나올 정도의 품질이 나오는 해에만 이 와인을 선보인단다. 1999년 생산 시작 후 15번 생산했다는데, 다섯 해는 거른 셈. 보통 자사의 다른 브랜드 와인들에 쓰는 포도는 평균 30년 정도 된 포도밭에서 수확하는 데 비해, 페라만카에 쓰는 포도는 60년 이상된 포도밭에서 수확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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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의 제일 마지막은 Library of the Cartuxa Wines 혹은 와인 기록보관소로 불릴 수 있는 곳.

1986년 카르투사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생산한 이래, 생산된 모든 와인이 브랜드별, 연도별로 한 병씩 보관되어 있다. 들어가서 볼 수는 없고, 굴처럼 파진 저장소 문 앞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고 나서 투어를 시작한 샵 겸 홍보관으로 다시 나오는 것이, 짧은 동선의 투어 끝!

하지만 알찬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와인을 빚는 전체적인 과정이라든가 포도 품종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바로 우리 앞에 먼저 시작한 포르투갈어 팀은 10여 명이 움직이는데, 영어 투어팀은 딱 나와 신랑만 있어서 그런지,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질문하고 답하면서 이런저런 상세한 설명들을 잘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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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450.JPG 와인병, 와인 향초, 와인병 뽁뽁이?!, 올리브 오일 종지, 코르크 와인 쿨러 등등... 탐나는 소품 가득!



마지막엔 마음에 드는 와인을 골라, 한 잔 시음을 했다.

2013년 산 타야Talha 화이트 와인을 골랐는데, 너무 가볍거나 산뜻하지는 않으면서 화이트 와인의 풍미를 지닌 마음에 드는 와인 - 투어 해주신 분이 "재미난" 빈티지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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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밖으로 나오면 주위를 둘러싼 포도밭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신랑과 포도 몇 알을 따서 맛보고, 포도밭 전경을 감상한 후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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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 아래 잘 익어가는 이 포도들은, 언제 어떤 와인으로 다시 태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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