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들의 여름 바닷가, 시네스

아이들은 맡기고 간 어른들만의 마실!

by 마싸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2019.8


아침을 먹고 시댁에 보배와 루이지냐를 맡겼다. 주앙, 칼라와 함께 넷이서 시네스Sines로 마실 가기로 한 것. 조카 알베르토, 마틸드, 로라는 보배, 루이지냐와 같이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있기로 (라기 보단... 알베르토, 마틸드, 로라가 어린 사촌동생들 베이비 시터를 하는 셈!)하고, 어른들 넷만 다녀오기로 했다.


시네스는 알비토에서 서쪽으로 120km 정도 떨어진, 대서양을 면한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신랑이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여름에 이 곳에 집을 빌리곤 하셨단다. 그래서 온 가족들이 다 같이 놀러 가, 여름 한 철을 지냈던 곳이라고. 알가르브 빼곤, 알비토에서 제일 가까운 바닷가가 이쪽이라서 자주 놀러 왔단다.

어렸을 때는 조그맣고 깨끗한 어촌 마을이었는데, 이후 엄청 큰 정유시설이 들어오고, 항만이 건설되어서 그때의 고즈넉한 풍경은 사라졌다는 것이 신랑의 말. 그리고 해변 면적 자체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그런가 (본격적인 해변 휴양지가 아니어서 그런가) 적당한 수의 관광객만 있는, 적당히 활발하고 적당히 조용한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다양한 국적과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음식과 쇼핑거리에 시끌벅적한 알가르브와는 아주 다른, 뭔가 동네 느낌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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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가르브처럼 탁 트인 바다 풍경은 아니지만, 바다도 모래도 아주 깨끗하다.

관광객들에게 치이거나 줄을 서서 기다릴 일도 전혀 없다.

해변에도 바다에도 넉넉하게 공간이 많다.

아침에 바다에 나와 게으르게 있다가, 책도 읽다가, 바다에도 들어갔다,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잔 후, 다시 바다에 나와서 종일 보내기에 딱 좋은,

더도 말도 덜도 말고 '딱 바닷가'를 즐길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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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토에서 한 시간 반 조금 넘게 운전해, 시네스에 도착, 차를 세워두고 해변가를 훌쩍 둘러보았다.

측면으로 보이는 정유시설과 항만이 평화로운 해변 풍경과 이질적인 느낌이 들긴 하지만, 바닷물은 아주 깨끗하고 적당한 수의 해수욕객이 있는 바다 풍경이 정겹다. 바다를 바로 마주하는 옛 성채 터 앞에는 바스쿠 다 가마의 동상이 있다.


시네스는 포르투갈의 유명한 항해가 바스쿠 다 가마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바스쿠 다 가마 해변, 바스쿠 다 가마 길 등 곳곳에 이름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과하지 않게 아주 조금 있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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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기는 시네스에서 태어났지만, 그가 사망한 곳은 알비토 근처 비디게이라이다.

당시의 항해 업적으로 왕에게 하사 받은 영지가 비디게이라였다고. 그의 유해가 인도에서 포르투갈로 돌아온 후, 시네스와 비디게이라가 바스쿠 다 가마의 유해(뼈)를 누가누가 가져가나 하고 다투었다고. 전설 같은 얘기에 따르면 비디게이라에서 (치사하게스리) 동물뼈를 대신 시네스에 보냈다나. 아무튼 비디게이라에서 바스쿠 다 가마의 유해를 내주지 않으려고 많이 고집을 부린 모양이다.

(*포어 표현에 "Vidigueira, largo o osso 비디게이라여, 뼈를 내주시오." 및, 아마 나름 이와 관계된 "Não largar o osso 뼈를 내주지 않는다"는 표현이 있다. 말 그대로 잘 단념하지 않거나,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을 때 쓰는 표현이다)

뭐, 비디게이라가 애쓴 보람 없이 지금 그의 유해는 리스본 제로니무스 수도원 경내에 안장되어 있다.


대충 풍경을 스캔한 후, 미리 예약해 놓은 식당으로.

바닷가 식당이니 당연히 싱싱한 해산물과 생선이 주 메뉴인 곳으로!

넷이서 시원한 맥주로 우선 입가심한 후, 오징어튀김과 볶음 요리를 애피타이저로 먹었다.

오징어튀김은 조금 짠 듯한데, 아주 입맛 돋우게 짭짤해서 마음에 들었고, 또 다른 오징어 볶음 요리는 잘게 썬 양파를 아주 듬뿍 넣어 부드럽게 볶은 것인데 술술 넘어갔다. 애피타이저를 너무 잘 먹은 바람에 본 요리인 생선구이를 많이 못 먹을 정도.

생선구이는 넙치와, (한국어로 이름 모를) 다른 생선을 시켰는데, 둘 다 단순하게 소금구이를 한 것.

신선한 생선은 이렇게 먹는 게 제일 맛있다, 사실!

소금구이한 생선 위에 레몬즙을 사사삭 뿌려, 샐러드와 함께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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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후엔 성채 길을 따라 산책을 한 후, 후식과 커피를 먹으러 근처 카페로.

역시 알베르토네 형제들이 어릴 때 오곤 했던 곳이라고. 1970년에 생긴 곳으로, 바스키뉴라는 아몬드와 질라 케이크가 특히 유명하단다. 너무 달달구리한 맛이라서 나는 패스하고 시부모님께 드리려고 한 상자를 샀다.

오래되고 유명한 곳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북적북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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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정말 아직도 그대로네!"

"그래? 진짜로 그대로야?... 하긴 좀 스타일이 정겹긴 하다. 시골 느낌이 나"

"아하하하, 그치? 나 어렸을 때, 가족들이 다 여기로 여름을 지내러 왔잖아. 점심 먹고, 어른들은 커피를 마시러 여기나 옆 카페로 갔지. 우리는 그 옆에서 꼭 달콤한 디저트를 얻어먹고 말이야."


신랑과 주아웅은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느라고 그런지, 왠지 아련한 얼굴이다.

커피에 디저트까지 잘 먹고 난 후,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 다시 바닷가로 내려왔다.

칼라와 함께 바닷물에 잠깐 다리를 담그고 열을 식혔다.

어찌나 물이 차갑던지. 대서양 쪽 물이 차갑다고 하는데 정말 차갑긴 차갑다. 지중해 쪽인 알가르브와는 온도 차이가 확 난다. 하지만 날이 아주 뜨겁기에, 차가운 바닷물이 기분 좋게 차갑다. 물을 찰방찰방하면서 해변을 둘러보니, 다들 기분 좋게 나른한 표정들이다.

수영하는 사람들, 다이빙하는 사람들, 모래놀이 삼매경인 아이들, 책 읽고 핸드폰을 보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한쪽에선 한 가족이 신나게 공놀이를 하고 있다.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분이 수영복 하의만 입고 완전 활기차게 공을 차고 있는데, 탄탄하고 햇볕에 그을린 몸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너무 예쁘다. 거의 알몸에 가깝지만, 왠지 하나도 야하거나 감추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 여자분이나, 주위 사람들과 풍경이 모두 너무 건강하고 밝고 활기차고 빛나서 그냥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신랑과 이야기했는데, 2년 후 즈음, 루이지냐가 3살이 되면 아이들과 같이 느긋하게 시네스로 바다를 즐기러 오자고!

나도 그렇지만, 신랑 역시 그렇다. 아이가 생긴 후 옛날과는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는 것들이 많다.

바닷가 휴양지 역시 그렇다 - 알가르브보다 덜 붐비고, 바닷 물살도 덜 세서 아이들도 편하게 놀 수 있는 곳. 이 포인트가 되어 버렸다.

2년 후면, 보배랑 루이지냐를 같이 데리고 올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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