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지주 방문기 (& 말 선물)

포르투갈 시골 일기 43 - 친구

by 마싸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2019.8


점심때가 다 되어, 루이지냐를 시댁에 맡기고 나, 신랑, 보배 셋이서 토라웅Torrão으로 출발.

토라웅은 알비토에서 20km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인데, 신랑이 딜리에서 알게 된 사업가 다비드 씨의 초대로 가게 되었다.

다비드 씨는 둥글둥글한 체격에 날카로운 눈매의 점잖은 신사분이다.

포르투갈 국내는 물론, 앙골라, 모잠비크, 동티모르 일대에서 사업을 하신다. 언젠가 신랑이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와중에 우연하게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러던 중 서로 옆동네 사람인 것을 알게 되었다고. 신랑에게 알비토에 오게 되면 꼭 들려달라고 이야기를 했단다.

마침 날짜가 서로 맞아서, 방문하기로 한 것.

방문의 결과, 다비드 씨는 시골 지주로, 알고 보니 금수저 집안!

이라는 것이 내가 받은 인상.


토라웅 시내의 집으로 우선 찾아갔는데, 2층짜리 본채, 별채, 마당, 마구간과 텃밭이 있는 무척 넓은 집이었다. 곳곳의 가구와 그림은 못 되어도 18~19세기, 시선 닿는 곳마다 오랜 시간을 느낄 수 있었다.

가문에서 물려받은 집으로, 지금은 고모님과 본인이 공동 상속 및 관리자라고.

대충 해도 30분은 걸리는 집 구경을 끝낸 후, 근교의 별장으로 향했다.

다비드 씨는 자녀가 셋인데, 자녀 학교 때문에 평소엔 리스본의 집에서 지내다가

(리스본에도 집이 있다! 비싼 동네에...),

방학이나 휴가 때는 꼭 토라웅으로 내려온단다.


19세기 후반부터 가문 소유가 된 영지인데, 대략 1,300 헥타르 정도로, 가족들이 나누어서 소유하고 있다고.

여기서부터 저기까진 사촌 땅, 저쪽은 고모님 땅, 저쪽은 또 다른 사촌 땅~ 하면서 설명을 해주시는데, 좌우지간 다 무척 넓어서 감이 안 잡힌다.

다비드 씨 소유의 영지는 300헥타르가 좀 넘는다고.

300헥타르가 감이 잘 안 잡혀서 단위 변환기를 돌려보니, 평으로 치자면 907,500평이란다!

하긴 점심을 먹고, 사륜구동을 타고 같이 돌아보았는데, 천천히 구경하면서 돌긴 했어도, 근 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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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833.JPG 오래된 타일 장식과 벽난로가 있는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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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인 줄 알았던 오래된 냉장고와 가축의 목에 다는 방울들


그 영지 한가운데 위치한 집은 단층짜리 시골집인데 역시나 무척 오래되었고 고풍스러웠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18세기 작품인 타일이 양옆 벽에 장식되어 있고, 그 가운데에는 벽난로가 있다.

식탁 주위로는 무척 고풍스러워 보이는 가구들과 소품들이 있는데, 이렇게 오래된 물건들에 면역이 없는 나는 그저 감탄만!

직접 만든다는 흑돼지 햄과 치즈, 와인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본 메뉴는 양고기 스튜.

고수와 민트를 넣은 양념이 꽤 독특했는데, 무척 맛있었다.

2그릇 반을 싹 비웠음!

15, 10, 5살인 아이들은 수줍어하면서도 예의가 발랐고,

부인과도 잘 안 되는 포르투갈어로 그럭저럭 더듬더듬 대화를 하면서, 즐겁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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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무척 오래된 라디오와 (아직도 작동된다고!) 술잔 주전자?!


점심 먹고는 집 옆쪽으로 있는 말 우리로 나갔다.

말이 우리지, 꽤 넓은 초지 주위에 울타리를 쳐놓고 말을 키우고 있었다.

루시타노라는 포르투갈 고유 종자 말로, 다 순종이라고.

암말 열대여섯 마리, 1살짜리 수말 3마리, 또 그보다 나이 많은 수말 5인가 해서 2~30마리 정도를 키우고 계셨다. 루시타노는 다들 순하고 잘 생기고, 아름다운 말이었다.

아직 어린 수말 3마리는 따로 있었는데, 아직 어려서 그런가 호기심이 많아 보였다. 다가가는 것을 허락해주기에,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가서 쓰다듬었다.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다비드 씨는, 신랑이 모잠비크에서 아는 사업가를 소개해줬는데, 도움이 되었다며, 암말 한 마리를 주겠단다. 지금은 준다고 해도 받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만, 생각만 해도 좋다!


IMG_0848.JPG 아직 어린 망아지 3마리 (다 수말이다), 어려서 그런지 호기심이 많고 친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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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크 나무들. 벗겨낸 지 얼마 안 된 나무의 껍질색이 더 밝다.


말 구경을 한참 넋 놓고 한 다음엔, 영지를 둘러보았다.

대부분 초지와 언덕, 산길이어서 사륜구동이 다니는 데 속도가 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자세히 들여다보느라 천천히 다녔다.

초지에는 400마리가 넘는 양들이 있고,

임지에는 유칼립투스 나무와 코르크나무들이 잔뜩!

유칼립투스 나무는 제지산업 용. 코르크나무는 공예, 와인마개, 낚싯대 등 용도가 다양한데 값을 무척 잘 받는 편이라고.


다비드 씨 말로는 코르크나무를 심으면, 일단 심은 세대에서는 이윤 낼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단다. 처음 묘목을 심은 시점부터 최소 35년은 지나야 코르크 껍질을 벗겨낼 수 있는데, 처음 1~2회는 품질이 별로 좋지 않단다. 코르크 껍질은 보통 9년에 한 번씩 벗겨내는데, 그렇게 따지자면 50년은 넘어야 제대로 된 코르크를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일단 그렇게 코르크를 수확할 수 있게 되면 꽤 이윤이 좋다는 것이 신랑의 말.

가지치기 가끔 해주고, 가끔씩 정기적으로 주위를 청소해주는 것 말고는 딱히 관리품이 들어가지 않는 데 비해, 연별로 돌아가면서 벗겨내면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단다. (전문적으로 코르크 껍질을 벗겨내는 분들이 있는데, 따로 고용을 해야 한단다. 이 고용비를 제해도 코르크 수익률은 꽤 높은 편이라고!) 코르크나무와 유칼립투스 나무가 끝도 안 보이게 있는데,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한 시간 구경을 잘하고, 다시 별장 집으로 돌아와 다정한 감사 인사와 작별 인사를 주고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방문이 작년 8월. 이후로도 신랑과 다비드 씨는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얼마 전인 4월 초, 다비드 씨는 약속했던 암말을 진짜 주셨다! 소유권 이전, 마이크로칩 정보 및 족보 정보 이관도 완료. 우리가 알비토에 없는 동안은, 옆 동네 베자의 말 전문 목장에 맡기기로 했다. 아직 2살인지, 3살인지 아무튼 이제 갓 망아지 티를 벗은 말이라고. 말 전문 목장에서 기본 돌봄 및 훈련도 시킨다니, 다음에 알비토에 가면 말을 타고 산책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며 설레 본다~! 다비드 씨, Muito Obrig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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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 아직 이름은 못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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