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회사'란, 결국 사람, 사람, 사람

회사의 정의

한창 취업준비를 할 때, '회사생활' 하면 막연하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이 이미지는 지금까지 제가 접해왔던 여러 가지 미디어에서 형성되었던 것 같아요. 오피스 물 드라마나 커뮤니티에서 회사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들 같은 것들이죠. 미디어에서 비치는 간접적인 회사 생활을 통해 저는 '회사생활이란 저런 거구나'라는 이미지가 생겼어요.

어떤 이미지냐면,

출근 후의 자아와 퇴근 후의 자아를 분리시킨 다음, 업무적으로 알게 된 사람과 개인적으로 알게 된 사람을 구분 지어 대하는 거죠. 즉, 회사에서 만난 사람과 회사 밖에서 만난 사람을 구분 짓는 겁니다.

사실 본격적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다들 이렇게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이 당연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직장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나의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위에서 나열한 것처럼 회사 생활과 나의 생활을 철저히 구분 짓는 것은 제 성격과 맞지 않았어요.

애초에 나와 얼굴을 마주하고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회사 사람들과 회사 밖 사람들처럼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더라고요.

이렇게 회사를 기준으로 사람을 나누지 못했던 이유는 크게 아래의 두 가지 이유때문이었어요.  

첫 번째로, 저희 부모님보다도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이 직장 동료들입니다.

최근 저의 24시간 중,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누는 순으로 줄지었을 때 가장 많이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더라고요.

독립을 한 상황이어서 가족들과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는 빈도가 매우 적긴 하지만,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과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제 하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업무 얘기 외에도 시시콜콜한 잡담과 웃긴 이야기, 일상 근황 등을 이야기 나누곤 하죠.

두 번째는, 나의 볼 꼴 못 볼 꼴, 찌질한 모습, 멋있는 모습들 다 보는 게 동료들이더라고요.

물론 회사이니 만큼, 완전히 못 볼 꼴을 보이진 않겠지만, 그래도 치이고 시달리고 괴로워하고 힘들어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뿌듯해하는 그런 솔직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많이 보여주게 되는 사람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동료애가 생겨서 힘든 일 있으면 같이 씹어주고, 심심하지 않게 장난 쳐주고, 힘들어 보이면 위로도 건네주곤 하죠.

커뮤니티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을 때, 그렸던 회사의 이미지가 직접 경험해보고 난 이후에는 180º 바뀌었어요. 회사는 결국 나와 같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한다는 것으로요.

오피스 물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지던, 더 높은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동료를 함정에 빠트리고 정보를 가로채고 상사의 갑질 비위를 맞추거나 혹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종종 등장하는 꼰대 상사 썰, 회사 다니면 안좋은 점 등은 직장 생활의 굉장히 단편적인 장면들을 극대화한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회사의 미스터리.jpg

그래서 결국 저는 저만의 회사에 대한 정립을 내렸습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회사도 결국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다.

라고요.

그리고 회사 안에서의 사람과 회사 밖에서의 사람을 구분 지어 대하는 어리석은 행동도 그만두었습니다.

어렵기도 했고요.

지금 저는,

직장 생활 경력 도합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3년 차이고요.

취업 직후부터 지금까지 프로페셔널하고 인간적이며 멋있는 동료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회사를 떠나 친구관계로 남은 분도 계시고, 아직 동료로서 회사의 미래를 함께 그리고 있는 분들도 있죠.

업무가 힘들더라도, 갑질 하는 고객을 마주했더라도 동료들과의 수다 몇 마디 덕분에 회사 다닐 맛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만약 이 글을 보시는 분이 취업을 앞두고 있거나 혹은 갓 입사하신 분이라면 회사 생활을 앞두고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회사도 결국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입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