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 Lee Oct 05. 2020

B2B, B2G 프로젝트 발담그기

관계를 잘 만들고, 이쁘게 가꾸어 보자.

이 글은 아래의 분들이 읽으시면 도움이 크게 될 듯합니다.
 a. B2B/B2G 관련 종사자(초심자)
 b. 스타트업 종사자
 c. 관련 서비스(온라인 설문조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자

대망의 시작,

2018년 6월, 직무를 바꿔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이전에는 온라인을 베이스로 B2C 마케팅에 종사했었다. 보통 광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Tv, Youtube, Instagram 등에서 흔하게 접하는,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광고들은 대부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여 소위 B2C 광고(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라고도 한다.

그럼 B2B(Business to Business), B2G(Business to Government) 혹은 B2G에서 광고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도 지금의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B2B/B2G 시장에서의 마케팅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아, 지금도 배우는 중이다.


2년 동안 B2B/B2G 시장에 대해 배우면서 B2C 영업과 전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상대방 담당자와의 유대관계가 꼭 필요하다는 것.


어느덧 이 시장에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천번의 통화와 수만 번의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꽤 긍정적인 라포르를(상호 유대관계)를 형성한 클라이언트가 다수 생겼다. 차곡차곡 쌓은 이 경험을 ‘갑작스럽게 B2B/B2G 시장에 들어오신 분’ 혹은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 또는 저와 같이 ‘이제 막 시작한 리얼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에게 공유하고자 한다.


부디 나와 같은 삽질은 슬기롭게 피해 가시길 진심으로 바라며, 이 글이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초창기 우리 상황,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온라인 설문조사 툴을 제공하고 있는데, '포켓서베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가 순항 중이다. 포켓서베이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시장조사, 만족도 조사 등을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기업에서 니즈가 가장 크다. 그런 만큼 '포켓서베이'를 잘 판매하기 위해선, B2B 시장에 우리 서비스를 얼마나 잘 알리는가가 관건이다.

 

 포켓서베이 서비스를 론치 하고 나서 초반 6개월가량은 적당한 홍보 방법을 찾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만약 굵직굵직한 기업이나 교육기관 혹은 정부기관 등에서 우리 서비스를 사용했다는 레퍼런스가 있었다면 그걸 발판 삼아 서비스를 잘 홍보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화려한 레퍼런스는커녕 첫 번째 레퍼런스도 없었다.

그리고 우리 서비스는 나도 그렇고, 대표님도 그렇고 B2B 영업을 경험해보았거나 혹은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더욱이 우리 서비스의 주요 수요자는 기업과 정부기관 등인데, 이들을 대상으로 우리 서비스를 도통 어디에,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소개해야 할지 전혀 감도 오질 않았다.


 '기업의 구매 담당자는 대체 어디에서 구매 정보를 수집하는지, 이들이 구매를 결정짓는 주요 포인트는 무엇인지, 내부에서는 어떠한 프로세스로 구매 의사가 결정되는지, 시장 조사부터 구매 결정까지 소요되는 리드타임은 어느 정도인지, 이들의 예산은 어느 정도 길래 러프한 가격을 자꾸 달라는 건지, 준비된 소개서부터 요청한 자료들을 다 건네주었는데 그래서 구매를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경력자도 한때는 신입이었다..)

경력 같은 신입, 아니 그냥 경력자를 원해요

그때 당시 우리 서비스는 자랑할 레퍼런스는커녕 이용 고객 수가 제로(0)였다. 거기에 자금까지 부족해서 홍보를 충분하게 할 수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 서비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는데, 이런 악조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오로지 블로그뿐이었다.


블로그를 운영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간단했다.(So simple)


온라인에서 우리 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료가 어. 디. 에. 도. 없다.

그러나 서비스 웹페이지 구축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2018년 당시 국내 검색엔진 중 네이버의 점유율은 압도적이었다.

결정적으로 블로그는 글 작성도 쉽고, 네이버에서 적극 밀어주는 콘텐츠며, 서비스 웹사이트의 최적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했다.


본격적으로 블로그 운영을 위해 이전 직장의 경험을 다시 티끌모아 살려보기로 했다. 먼저 우리 블로그 최적화 하기!

우리 서비스를 대표할 만한 키워드를 검색량과 콘텐츠의 양, 업데이트 빈도 등을 바탕으로 추려보았다. 그렇게 나온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콘텐츠에 적극 활용했다. 이와 함께 cpc 광고도 함께 진행했다.  


이렇게 수면 아래에서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격하게 발을 젓고 있을 때, 드디어 한 지자체에서 서비스 이용 문의가 들어왔다.


포켓서베이를 한 번 써보고 싶어요
 

 연락을 준 지자체의 주무관 왈, “인터넷에 '카카오톡 설문조사'를 검색했더니 포켓서베이라는 서비스가 가장 먼저 검색되더라고요. 다만 바로 도입하기에는 '포켓서베이가 믿을 만한 업체인지, 조사를 어느 정도로 수행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요.”라며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하셨다. 고민 중인 부분을 하루빨리 해소하여 서비스의 구매를 이루어 내야 했기에 들뜬 마음으로 관련 자료들을 정리하여 보내주기로 했다.


 다만, 당시 레퍼런스로 전달할 만한 고객사가 1도 없었지만 가진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은 아니지 않나. 우리 서비스를 소개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모으고 정리해서 맞춤형 제안서를 전달했다.



면대면 미팅, 관계의 시작


 서비스 론치 초기에는 B2B/B2G 홍보에 문외한이다 보니 블로그 운영 이외에는 달리 홍보할 방법이 없어 막막했다. 그래서 홍보의 기회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최대한 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때, 서울에서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중소 도시에서 청소년 IT 관련 행사에 참여 요청이 들어왔다.

거리가 무슨 문제인가. 기회가 보였으니 참석의 의지를 내비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행사는 기대와 달리 우리 서비스의 홍보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행사 자체의 규모가 매우 작았는 참관객 수도 매우 적었다. (왜냐하면 평일 오후였으니까..)

더욱이 행사 참관객 대부분도 체험학습 차원에서 단체로 방문한 학생들 뿐이어서 우리의 서비스와 결이 전혀 맞지 않는 행사였다. 행사에 한창 허탈감을 느끼고 있을 때, 일전에 ‘미팅을 요청드리고 싶은데 거리가 꽤 머네요…’라고 하셨던 주무관님의 아쉬워하던 말이 떠올랐다.


(이런 우연이.)


마침 주무관님과 행사 직전까지 우리 서비스의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주고받고 있던 참이었다. 이에 서둘러 행사를 정리하고 주무관님께 전화를 걸었다.


“저희가 마침 행사 차 근처에 와있습니다. 혹시 찾아뵙고 저희 서비스에 대해 설명을 드리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신가요?”


주무관님은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했다. 차 안에서 초조하게 연락을 기다리는데 주무관님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30분 뒤에 미팅이 가능할 것 같아요. :)’.


그 길로 미팅을 위해 (신나게) 주무관님이 계시는 지자체로 향했다.



미팅의 중요성


지자체 측에서는 주무관 2명, 우리 쪽에서는 대표님과 내가 참석했다.

각자 소개 후에 여기까지 오게 된 계기를 간단히 말씀드리면서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잠깐 가졌다.

여기서 잠깐. 아이스브레이킹은 미팅에서 정말 중요하다. 왜 중요하냐면


-라포르 형성의 핵심 단계이다.
-가벼운 대화를 통해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
-그래야 지만 본론에서 전반적인 대화의 흐름을 긍정적이게끔 유도할 수 있다.
-가장 중요! 미팅에 참석하는 상대방의 의도와 목적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시장조사 단계이니 가볍게 서비스에 대해서만 알아보자.’, ‘팀장이 나가라고 해서 나왔는데…’, ‘이 건은 정말 중요해. 어떻게 서든 성사시켜야지.’, ‘미팅 결과가 우리의 뜻과 맞으면 바로 진행시켜야겠다.’ 등등
아이스 뿌셔

그리고 본격적으로 포켓서베이 서비스에 대한 소개 시작.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충분히 우리의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마친 상태임에도 미팅에서 다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클라이언트의 심층적인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즉각적인 응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미팅 시에 나오는 질문들 대부분은 실무에서의 니즈가 분명히 있었던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볍게 질문하는 것이든, 무게를 잡고 질문하는 것이든 적극적으로 해결해 줄 의지를 보여준다면 클라이언트 측은 우리 서비스에 대해 우호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리하자면, 면대면 미팅에서 서비스에 대한 소개를 다시 한번 하는 것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서비스의 효용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팅을 진행하면서 양사 간에 신뢰도를 차근차근 쌓아 나갔다. 미팅에서 상대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 여부는 상대방의 비언어적 표현(표정, 말투, 행동 등)을 통해 알아챌 수 있다. ‘미소, 긍정적인 끄덕임, 말투, 표정, 미래 지향적인 질문 등..’


(역시 사람은 얼굴을 보고 대화해야 되나 보다.)


미팅을 마무리한 후,

서울로 돌아와서 약 3개월 동안은 해당 지자체 측에 우리 서비스의 중요 업데이트가 발생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해당 내용을 전달드렸다.

예를 들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사: 핵심 레퍼런스(미팅 시 언급했던)의 구체적인 수치 자료들 등등

(다행스럽게도 지자체와 미팅 이후에 우리 서비스를 공공기관 두 곳/방송국 한 곳에서 사용했다.)


 여기서 나의 역할은 지자체의 계약 건을 어떻게든 수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약 3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서비스가 업데이트되는 족족 지속적으로 주무관님께 전달을 드렸는데, 그 과정에서 나는 우리 서비스의 관심도를 꾸준히 높이면서 주무관님과의 라포르를 충분히 형성하고자 했다.

구체적인 주요 방법 중 하나는 자료를 전달한 이후에 바로 확인 전화를 드리는 것.

이때 통화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쏟았다.

‘목소리가 얼굴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전화상으로는 온전히 서로의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톤과 성량, 말투, 빠르기, 한숨 등에서 상대방의 표정과 생각이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나만의 전화 통화 규칙을 세운 다음 통화 도입부에서 주무관님의 직급과 성명을 최대한 밝게 부르면서 인사를 시작하곤 했다.


 계약 체결까지 계약 수주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해 보았고, 각각의 작은 성과들을 만들어 나갔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해당 지자체와 계약을 체결했는데, 여러 가지 방법들 중 가장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라포르 형성’이라고 생각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요즘의 기업은 고객과의 관계를 단순히 ‘상품 판매’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고객의 생애주기에 맞추어 상품의 구매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상품 판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기업 또는 서비스’ 자체에 대한 충성도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B2B/B2G 영업도 계약 체결에서 판매가 완료되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의 제공이 완료된 이후부터 ‘관계 형성’까지가 비로소 서비스 판매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


 해당 지차체와 약 1년 동안 서비스 이용 계약을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타 부서에서도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 보고 싶다면서 관심을 보였다. 추가 계약건이 발생한 것이다.

어떻게 된 내용이냐면, 계약 초기부터 나와 라포르를 형성해온 주무관님께서 지자체 전체에 입소문을 좋게 내주셨다고 한다. 주무관님 입장에서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목표했던 결과(높은 참여율과 융답률)도 달성했고, 부가적으로 제공했던 결과 보고서도 원하던 양식대로 제공받았으니, 만족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덕분에 내부적으로도 포켓서베이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고, 다들 우리 서비스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던 와중이었는데, 이때 담당 주무관님께서 결정적으로 입소문을 좋게 내주신 거였다. 

나 또한 주무관님과 형성된 라포르 덕분에 해당 지자체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타 부서와 추가 계약 건을 진행할 때마다 각 프로젝트에 더욱 애정을 쏟았고, 이는 결국 좋은 결과물로 이어졌다.


해당 지자체와 잘 된 프로젝트 덕분에 재계약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우리 서비스가 타지자체로 (좋은) 입소문까지 나게 되었다.



레퍼런스가 없더라도, 좌절하지 말자.


 레퍼런스가 없더라도 극복할 방법은 있다. 클라이언트가 레퍼런스를 확인하는 이유는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확인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하며 편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레퍼런스를 보여줄 수 없는 입장(그러니까 스타트업 또는 신규 서비스)이라면,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인적 자원을 활용하여 서비스와 기업에 대한 부족한 신뢰를 보충하면 된다.


서비스에 대한 확신의 시작은 담당자와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한 명 한 명 들어오는 모든 클라이언트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자.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사소한 서비스 업데이트 내역이라도 클라이언트에게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민원 또는 요청 사항이 발생하면 빠르게 액션을 취한 후에 상응하는 답변을 주는 것이다.


가진 것이 제로(0)라도 꾸준히 노력하고 신뢰를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 변환점을 맞이할 기회가 온다.

왜냐하면 우리 서비스도 론치 초기 당시에 지자체와 계약을 위해 필요한 레퍼런스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으니까!


이 프로젝트를 신호탄으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선 응대가 얼마나 중요하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