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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정우 Jun 06. 2016

점점 섬들의 보고(寶庫), 통영

한려해상국립공원 

 


한려해상국립공원은 경상남도 통영, 한산도 앞바다부터 시작되어

전라남도 여수에 이르는 남해안 자락 이백리 물길이다.

쪽빛 푸른 바다와 점점 섬들의 보고(寶庫).

이백리 물길이 닿는 곳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통영은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풍광이다.

미륵산에 올라보면 단박에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해상국립공원


한려수도의 시작과 끝, 남해안 제일 풍광


 경상남도의 최남단, 고성반도 끝자락에 자리한 통영은 가늘게 내륙과 연결된 섬 같은 육지다. 한산도와 미륵도를 비롯해 40여개의 부속 섬이 있다. 미륵산에 올라보면 바다 쪽은 온통 섬이요, 내륙 쪽은 첩첩 능선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사방팔방 그림 같은 풍광이 이어진다. 이 좋은 풍광들을 꼭 보고 가라는 듯, 통영의 육지와 섬에는 망(望) 자가 들어가는 산이 많다. 통영시내의 남망산이 그렇고 미륵산의 두 봉우리들은 각각 큰 망산과 작은 망산으로 불린다. 사량도의 지리산 또한 망산이며 한산도의 산도 망산이다. 산의 이름이 죄다 이러하니 통영에 와서 산을 오르지 않는 것은 무안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통영을 둘러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통영여객선터미널을 이용하여 섬과 바다를 돌아보는 여행이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이고, 아름다운 통영시와 충무공의 유적지가 지천인 그 주변을 밟아보는 것이 두 번째이다. 도시탐방으로서의 통영여행은 색다르고 흥미진진하다. 스위스 루째른의 세계최고 목조다리인 카펠교를 연상시키는 해저터널이 이곳에 있으며 야간조명이 설치된 통영대교나 충무교에서 바라보는 통영항과 운하의 모습이 이국적이다. 통영시 둘레를 감싸고 있는 남망산이나 미륵산, 북포루에 오르면 시선은 더욱 넓어져 통영과 한려수도의 섬들을 함께 관망할 수도 있다. 일제시대에는 이곳의 풍광에 반한 일본인들이 대거 자리를 잡은 곳이며 전쟁이 끝난 후에도 제나라로 돌아간 일본인들 사이에 통영회가 조직되어 해마다 그리운 통영땅을 찾아오기도 한단다. 굳이 한려수도의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통영임이 분명하다.


미륵산에서 본 통영
미륵산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미륵산 정상부, 아득한 통영의 섬들을 조망하기 더없이 좋다.




한산대첩이 펼쳐진 한산 앞바다. 가운데 두 개의 작은 섬 뒤편에 함대가 숨어있다가, 유인해 온 왜선 70여척을 학익진을 펼치며 격침시켰다. 살아서 돌아간 적선은 겨우 십여척이다.


한산대첩이 펼쳐진 이순신의 바다 


 통영의 바다는 이순신의 바다다. 통영이라는 이름이 조선수군의 사령부인 통제영에서 비롯되었고 통영의 옛 이름인 충무는 이순신의 호이다. 세계 유래에도 찾아볼 수 없는 한산대첩의 격전지, 한산에는 이같은 지명이 부지기수다. 두억개는 왜병의 모가지 억개가 떨구어져서 생긴 이름이고 개미목은 왜병들이 개미떼처럼 달아났다하여 생긴 이름이다. 이름들이 모두 이러한데 어느 곳을 가도 이순신의 유적과 만날 수 있는 것도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통영 시내에 자리한 세병관은 선조36년(1603)에 지어진 건물로 이듬해 조선 삼도수군 통제영이 자리했던 곳이다. 원래 이 주변으로 성과 관아가 함께 자리하였으나 현재는 세병관만 남아있다. 정면 9칸, 측면 5칸의 장방형 건물로 보물293호로 지정되어있다. 착량묘는 충무공을 모신 최초의 사당이고 인근의 충렬사 또한 충무공의 사당이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충무공의 부하였던 이운룡이 왕명을 받아 지었다. 동호만 끝자락에는 이순신 공원이 있다. 이곳에 오르면 멀리 한산도와 한산 앞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 7월에 이곳에서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한산대첩이 펼쳐졌다. 70여 척의 왜선 중 59척의 배가 수장되었고, 이때를 계기로 남해안의 바다는 이순신의 바다가 되었다. 푸르고 고요한 바다, 저 너머 한산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학익진을 펼치며 왜선을 향해 맹렬히 달려들던 이순신함대의 포성이 들려올 듯하다.



조선수군통제영이 자리했던 세병관, 충무공의 사당 충렬사, 충렬사 사당에 안치된 충무공 영정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등대섬


통영의 섬 여행


 통영 여행 최대의 즐거움은 126개나 되는 무수한 섬들과 만나는 일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이백리 뱃길에 놓여있는 섬들이 모두 200여개인데 그 중 126개의 섬이 통영군 내에 들어있다. 그렇다고 이 무수한 섬들을 다 둘러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섬들을 머물지 않는 풍광으로 마주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특정 섬 한 곳을 정해 그 곳으로 가다보면 자연스레 무수한 섬들과 만나게 되고 어디든 섬의 산봉에 올라보면 그 무수한 점점 풍광들이 망막 속에 가득 들어선다. 통영의 섬들 중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은 매물도, 사량도, 한산도 등이다. 그 중 두어 개의 섬은 꼭 들려봄직한데 한산대첩의 흔적이 남겨진 한산도를 둘러보는 일이 그 첫 번째 일 것이다. 한산도는 통영항에서 배로 이십 여분 거리에 있다. 임진왜란 당시 수군통제영이 자리했던 곳으로 제승당 앞 수루에 오르면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앉아 큰칼 옆에 차고 시름 읊던’ 이순신의 고뇌와 한산대첩의 찰나들이 밀물처럼 아득히 흘러간다. 통영여객선 터미널에서 아침 일곱 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여객선이 운행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름난 섬 산행지가 통영에 있다. 가오치 선착장에서 배로 40여분 걸리는 사량도다. 맑은 날에는 지리산 까지 보인다 해서 지리망산으로 불린다. 능선이 제법 험악하지만 산봉에 오르면 더없이 좋은 풍광이 펼쳐진다. 섬의 인구는 2,000여 명인데, 주말마다 5,000 명쯤 관광객이 찾아온다. 소매물도는 기암괴석과 등대섬으로 통영 섬의 대표섬이 되어버린 듯하고, 후박나무와 동백 숲이 아름다운 장사도와 등산, 낚시, 해수욕을 즐기기 좋은 욕지도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통영운하의 야경


도시로서의 통영, 여행지로서의 잔재미


 언제부터인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달동네 중 몇곳은 벽화마을이 되었다. 허름하고 낡은 집 벽에 벽화를 그리면서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는데, 그 원조 격이 바로 통영 동피랑이다. 피랑이라는 말은 벼랑에서 유래한 말로 말 그대로 동쪽의 벼랑마을이라는 뜻이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그림들이 마을 집집마다 그려져 사진 찍기의 명소가 되었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근래에는 서쪽의 벼랑마을인 서피랑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강구안에 자리한 중앙시장과 서호시장은 싱싱한 수산물이 넘쳐나는 통영의 큰 시장들인데, 동피랑, 서피랑과 연계해 통영여행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강구안과 시장 주변으로 게스트하우스와 호텔 등 숙박업소가 밀집해 있다. 한편 통영은 유난히 많은 문화예술인들을 배출한 곳이다. 소설가 박경리, 작곡가 윤이상, 미술가 전혁림, 시인 김춘수와 유치환, 김상옥 등이 통영이 배출한 문화예술인들이다. 통영 시내 곳곳에서 그들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이밖에 통영운하와 일제 강점기때 만든 해저터널도 통영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볼거리다. 



벼랑마을에서 벽화마을로 바뀐 서피랑과 동피랑. 마을의 벽화도 재미있지만, 통영의 시원스런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다.


윤이상기념관,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나는 통영중앙시장과 졸복국,통영항,해저터널,달아공원 일몰







통영 여행 tip 

- 미륵산(461m)은 걸어서 오르면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데, 굳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오를 수 있다.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아침 9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왕복요금 10,000원)


+ 통영-한산도 /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07:00~18:00(하절기 기준) 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

+ 통영-소매물도 /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07:00  11:00  14:30 출발

+ 통영-사량도 /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15:00

                 가오치선착장에서 07:00  09:00  11:00  13:00  15:00 17:00  


+ 통영여객선 터미널/ 1666-0960

+ 사량도행 가오치 선착장/  055-647-0147

+ 미륵산 케이블카/  055-649-3804~5

+ 통영시티투어 055-644-5464 / www.tyci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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