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원더풀 데이는 언제였나요

by 나는난

원더풀데이란 일본영화가 있다. 명감독의 영화라 일요일 낮 명화극장에서나 틀어줄(준) 영화다. 난 이 영화를 보기도 전에 줄거리만 보고 반했었다. 죽고 나서 저승이란 데가 있다면 그곳으로 넘어가기 전에 죽은 이에게 묻는다고 한다. "당신의 원더풀 데이는 언제였나요?" 죽은 이가 답을 말하면 그 답의 기억 순간만 남기고 다른 기억과 인생은 모두 지우고 저승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그 답을 들은 '직원'들이 하~ 얼마나 뭉클한 질문인가. 실제로 영화로 줄거리를 확인하면 여러 명의 죽은 이의 이야기가 나오는 옴미버스 영화에서 그 질문을 하는 이는 하늘의 '직원'이고 그 '직원'들은 죽은 이의 원더풀 순간을 영화로 제작하여 비디오테이프를 만들어 죽은 이에 넘겨주는 것으로 다음 일화가 이어진다. 찍는 과정의 일화들 때문에 생각보다 시시하고 기대보다 덜 뭉클하다.

여하튼 난 그 질문과 상황만으로 찡해져서는 이를 특강이나 테이블스피치의 주제로 삼아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동료들의 원더풀 데이 답

1-지리산에 올라 어느 물 좋은 계곡에서 완전 발가벗고 목욕한 적 있는데 그날이 원더풀

2-전주 덕진공원에서 그날 처음 소개팅으로 만난 여자랑 뽀뽀한 날.

(그런 쪽으로 영 숫기 없는 남자선생님이었기에 그 박력과 속도에 놀라며 물어보니 지금의 아내라 한다. 얼른 가서 이야기해 주라 했다. 지금 부부사이가 어떻든 사랑의 깊이가 어떻든 간에 영광이고 고마울 거라고ㅎ)

3-미국에서 운전면허 여러 번 떨어진 후 결국 딴 날.

(나도 경험은 있다. 콜로라도는 한글 시험지가 없었고 영어로 꺼이꺼이 봤는데 시험 직후 직원이 바로 면전에서 채점을 하더라. 체크 체크 표시하며 채점하는 걸 곁눈으로 보고 재시험칠 때 그 답을 참고로 해서 했는데 또 많이 틀려 떨어졌다. 내가 대들며 영어로 싸움을 했다ㅋ. 아까 이거 맞다고 했었는데 왜 그러냐고. 나중에야 오해의 원인을 알게 됐다. 미국사람은 체크가 맞는 거였다. 우린 동그라미 친단 말이야. 틀렸을 때 체크하고..... 틀린 문제 중 대표적인 것들. 첫째, 짐승이 나타나면? 치고 지나간다가 답. 내 오담은 속도를 줄인 후 비켜지나간다. 두 번째 내 오답, 고속도로에서 나갈 때 속도를 최대한 줄인 후 안전하게 나간다 땡. 타인으,ㅣ 운행에 방해되는 것은 무조건 오답.

아, 운전 베테랑인 남편도 떨어진 경험 있다. 시속 40으로 달렸더니 너무 느리다고 이 역시 타인의 운행에 방해되는 행동이라나, 교통 선진국인가. 그러고 보니 더 있다. 철도 건널목이 내 눈앞에서 내려올 때 얼른 지나간다가 답이었다. 급 제동으로 서기 오답. 이해는 된다. 콜로라도를 지나가는 미국기차는 수백 량이라 수십 분을 서 있어야 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


ㅡㅡㅡ

첫 아이 낳은 날이나 결혼한 날이라고 한 3-40대 사람은 무수히 많았다. 나랑은 성향이 안 맞는 사람들이라고 봐도 좋다.

20대 후반 한국남자의 거의 전부가 제대한 날이라고 하여 물을 필요도 없었다.

교육대학교 학부생 대부분도 대학 합격한 날이라고 해서 학부 강의로는 이걸 할 필요도 없었다. 적어도 30대 이상이 답을 들을 만하고, 4-50대 이상의 답에선 인생을 배우고 감탄과 감동이 나오기도 한다.

누구라도 죽기 전에 하는 답이 가장 멋질 것 같다.


내 답? 40대까진 주어가 내가 아니었다. 남편이 뭐 한 날, 자식이 뭐 한 날, 또는... 계곡에서 벗고 목욕한 날이란 샘에게 혼났다. 당신 인생을 살라고, 그렇게 계속 살다가는 자아폭발이 일어날 거라고.

그런데 그날이 진짜 오더라. 고쳤다. 아니 고치고 있다. 답은 매일 바뀔 수도 있으나 내가 뭐 한 날, 뭐 한 날, 답하다가 요즘 가장 자주 하는 답은 가족이 모여 밥 먹는 순간이라 한다. 가족외식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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