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한별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2025 위고
20년간 100여 권을 번역한 작가,
지적이고 자신 있는 번역가의 자존서! 감동을 가지고 때론 경탄하며 잘 읽었다. 공공기관에 1-20만 원짜리 심사 다니며 평가자에게 수당 올려달라고 총대매고 외쳐왔는데 번역가들의 수당(죄송합니다), 보상, 가치를 제대로 쳐달라고 해주고 싶다. 절대로 단순노동이 아니고 기능이 아니라 예술이고 또 하나의 창작이다. 아 그런데 창작은 직역보다 의역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말은 아니다. 한강 <채식주의자, 2007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에 대한 고마움도 크지만 오역과 원문 훼손이라는 데엔 나도 동의한다. 한강 작가 참 하고 싶으나 못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번역의 역사와 의미, 이론, 사례, 해부, 설명 다 좋았다. 많이 배웠다. “두 언어의 세상을 처음 보여준 아버지께”라는 헌정 서문이 또 멋지다. 찾아봐도 그분에 대한 정보는 없다. 나도 군인이 되었다면 내내 아버지를 외쳤겠지. 기질/적성에도 잘 맞고 내 욕심에 스타까지 갔을게다. 상상은 자유니까.
-1321년에 완성한 단테의 <신곡이 그 당시에 이탈리아어로 쓰였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율리시즈 <오디세이 기원전 8세기 28~2900년 전 이야기라는 사실은 들을 때마다 놀랍다.
-서양 여자의 역사에 대한 글을 보면 조선시대 여자는 그야말로 양반이다. 역사를 보면 맘이 아프고 회피하고 싶은 나인데 죄책감이 드는 것이다. 천재성이나 창의성, 다시 말해 너무 똑똑하면 마녀로 처형되거나 여러 방식으로 학대를 넘어 처단되었던 시절, 믿고 싶지 않은 역사의 사례들을 보면 또또 아프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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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허 <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2023 어크로스
2022 부커상 후보에 정보라 <저주토끼>,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 둘을 올린 역사적인 번역가
법대-문학-해외생활 KOTRA 아들인 한국인 번역전문가(안톤 허)가 영어로 지은 소설을 다른 소설가이자 번역가(정보라)가 번역한 글,
근 미래-미래-먼 미래-아주 먼 미래-영원 5부작 (왜 가까운 미래라고 안 했을까
번역 내내 ‘매혹’을 느꼈다는 정보라, 박상영, 천선란이 추천서를 썼다. 인간과 비인간, 기억과 언어, 육체와 의식, 불멸의 인간, 몸을 얻은 인공지능, 그리고 영원과 사랑의 이야기이다. 내겐 역시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매혹적까지는 못된다. 솔직히 턱 막힌다.
라디오 인터뷰 프로를 책보다 먼저 접했는데 그때 느낀 작가 인상, 능동적 자신만만, 아무리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번역가는 반드시 살아남는다고. 아직도 한국문학을 영어로 옮기는 이가 한국에 3, 전 세계에서 5를 넘지 않는다고 단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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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2025 허블: 동아시아 : Where no one comes 천선란 연작소설
데뷔 초부터 현재까지, 6년에 걸쳐 완성한 3부작「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2019, 「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 2020, 「우리를 아십니까 2025의 묶음 책이다.
작가의 말 “살아 있는 사람을 너무 오랫동안 마음에서 죽였다. 살길 바라면서도 내 안에서 내가 죽여버린 사람. 살아 있지만 죽은 사람. 살아 있음을 너무 힘겹게 증명해야 하는 사람.”
이 글을 읽고 아주 아렸다. 좀비 나오는 책이나 영화는 무조건 피했는데 좀비 책 중에 가장 우아한 책이다. <부산행 <좀비의 딸 <킹덤 그 어떤 것도 보지 않았다. 내겐 강시 영화처럼 어이없어 보였다.
내 이야기가 또 딸린다(달린다가 맞나? 틀렸대도 안 고쳐야지). 생각이 딸려서이겠지만, 여기 나온 글만 옮기는 게 가장 좋겠다.
“좀비로 인한 세상의 종말이 다른 종말보다 더 끔찍한 이유가 뭔 줄 알아? (…) 사랑하는 사람을 잊고,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달려들고,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을 향해 총을 쏴야 해. 아름다운 마지막 모습이 아니라 시체가 되어버린 처참한 몰골을 봐야만 해. 이게 가장 끔찍한 종말이야."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에서
“당장 죽을 것 같고, 가끔은 이미 죽은 것 같은데, 당장 무너질 것 같은 몸에도 이토록 단단한 뼈가 있구나. 무너지지 않겠구나. 나약하지 않구나. 살아 있구나. 살아 있는 걸 마음에서 죽이지 말아야지. 살아 있는데 미리 죽이지 말아야지. 살아 있다는 것만 생각해야지.”「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에서
“천국은 바라지도 않아. 어디든 저승의 남은 땅에 같이 있게만 해줬으면 좋겠다. 그럼 우리가 그곳을 천국으로 만들 수 있는데.“「우리를 아십니까」에서
“묻고 싶다. 천선란 자네는 대체 어떤 사랑을 해온 것이냐고.”박정민(배우) 전적으로 같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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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 <말뚝들 2025 한겨레출판 : 한겨레엔 : 김 홍 장편소설
86생 2025 한겨레문학상, 재밌어서 아주 잘 읽히고 따라갈 수 있을 정도의 상상소설, 죽은 자의 말뚝이지만 씁쓸한 유머 있는 미스터리
난 오지랖이 아주 아주 넓은 사람이다. 가족보다는 남에게 주변에게 심지어 생판 모르는 행인이나 남에게도 난 솔직히 친절과 인간미라 생각하며 베푼다. 가족에게는 핀잔을 듣는다. 그렇게 살면서 난 이타적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봉사이고 베풂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고마움을 인사받고 특히나 평판받고 싶다는 걸 알았다. 무조건이 아니었다. 머쓱하고 민망하지만 내게 받은 그들이 나에 대해 떠올리며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기억하기를 바랐다. 근데 안 그렇더라. 작작하자.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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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 장은주 <고요하고 깊게 나를 완성하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2015/25 위즈덤하우스
Saito Takashi <孤獨のチカラ Parco Publishing Co., Ltd 2005/ Shinchosha Publishing Co., Ltd 2010
60생 메이지대학 교수, 교육학, 신체론, 커뮤니케이션론 전공
신체론 전공이 특이하고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저자의 주요 저서에 <잡담이 능력이다(雑談力が上がる話し方) 2010^^
동의 : 자신의 상태를 상대와 비교하지 말고 절대적으로 파악하라, 자기 긍정의 힘을 키워라, 나쁜 감정도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부동의 : 기회는 혼자 있는 순간에 온다, 익숙한 관계와 단절하라,
내가 명심 : 모두와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
대단한 책은 아니다^^ 예시도 일본 것이 많아 이해 안 되고. 그러고 보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작가, 일본책은 절대 안 읽었었는데.
#멍때리기, 심심함
난 비교적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개천에 난 용은 아니지만 노력으로 악으로 깡으로 올라왔다. 외로워 본 적, 고독해 본 적, 심심해본 적도 아직은 없다. 40세 이전엔 하루 4시간 이상 잔 적이 없고 약한 편이었지만 감기도 걸려본 적 없고 (성인이 되기 전까진 지나치게 마르고 작은 상태였지만 대학 이후부터는 뚱뚱함을 유지하고 있다.) 죽으면 영원히 자는 걸 하는 심정이었고 자는 시간이 아까웠다. 게다가 10분 아니 진짜 1초도 뇌를 가만히 있거나 멍한 상태로 있어 본 적이 결코 없다. 책이 있고 생각이 있고 할 일이 있고. 지루함? 심심함 이런 건 내 사전엔 없었다. 그러다 늙어 탈이 나고 병이 들고 난 이후부터 생각을 비우거나 가만히 있기도 하게 되었지만 아직 익숙지 못하다. 아픈 시절 명상, 선무도 등을 해봤지만 내겐 전혀 맞지 않았다. 요가나 필라테스도 안 맞다. 내가 있는 곳은 언제나 음악이라도 틀어져있어서 대학 기숙사 공동샤워실에서 카세트라디오를 들고 갔었다. 사우나는 그리도 좋아하면서도 탕이나 사우나 안에서 음악도 들을 수 없는 그 멍한 시간이 고역이다. 내가 목욕탕 주인이라면 꼭 TV나 라디오를 틀어줄 거다. 요즘은 유튜브나 티빙 웨이브, 넷플릭스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아졌는데 재밌고 유익한 것도 많지만 솔직히 시간은 좀 아깝다. 그런 의미로 난 게임은 안 한다. 90년대 초반 대학원생 시절 지뢰찾기 99초 완성 시절 99초 만에 화장실로 찾으러 갔으나 없어진 내 금색 혼수시계 사건을 기점으로 끊었다. 그곳은 교원양성대학 1층 여자 세면대칸이었다ㅋㅋ 수도원에도 도난 사건이 있다더니.. 그 후 2010년대까진 전혀 안 했고 폰 게임 나오고 캔디팡인가 맞고 고스톱, 불록 퍼즐 좀 해본 적 있는데 난 한번 하면 8시간 정도는 하더라고. 가뿐하게 밤을 그냥 저절로 새게 돼서 며칠만 옴뻑 투자하고 바로 끊음. 절대 빠지면 안 될 일, 할 일 못됨. 해서는 안 될 짓임. 아무짝에도 못씀. 그러고 보면 수십 년 유지한 습관 중에 일기도 수첩 쓰기도 다 사리지고 지속하고 있는 건 메모와 독서군. 가계부라기보단 금전출납부와 온갖 리스트 작성과 메모하기, 무엇보다 책 읽기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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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절창 切創 2025 문학동네 : 구병모 장편소설
76생 작가의 말도 추천서도 없다 좋다.
근데 홍한별 <흰 고래의 흼, 2025 과 자꾸 겹친다. 링크 타고 읽은 책도 아닌데 베니스의 상인, 일 파운드의 살, 인어공주,
이 작가의 책은 늘 좋았지만 이번엔 좀 느낌이 다르다. 특이한 능력의 아이와 나. 그리고 오언(烏焉)이라는 이의 이야기.... 상처를 통해 남의 생각을 읽는다? 정말 특이한 상상력이다.
또 하나, 존댓말로 서술된 책이다. 난 책은 반말이 좋다. 존대어로 쓰인 책은 몰입이 안되고 이해와 시간 종이낭비 같다.
참으로 희한한 건 실제 대화는 반말이 매우 매우 싫다. 심지어 선배나 어른이 나한테 반말하는 것도 너무 싫다. 입사 25년 차 동갑인 동기 친구에게도 존대를 하고 직장 후배들에게도 존대어를 쓴다. 중고나 대학후배 대학동기들에게만 반말하고. 심하게 반말이 싫다. 이상할 정도로 싫다. 근데 제자들에게는 어느새 보면 반말로 강의할 때가 있어 섬뜩 놀랜다. 인식하고 나면 바로 존대어를 쓴다. 정말 반말이 싫다. 식당이나 가게에서 직원이나 점원에게 반말하는 사람들처럼 미운 사람이 없다. 내게 반말하는 사람 싫다. 내 선생님도 부모 친척도 아닌 사람이 남이 내게 반말하는 사람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