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서운하셨을까?

말과 글 그 사이 어딘가

by 임하나

엄마가 말씀하신다.


"아빠가 너희에게 잘해주신 기억이 많으신가 봐.

비 오는 날 우산도 갔다 주고, 학원에도 자주 태워줬다고."


엄마 말을 듣고 아빠와 기억을 떠올렸다.



대형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골랐던 기억

원시인 가족이 등장하는 만화 영화를 보러 갔던 기억

굴다리를 배경으로 목련나무 앞에서 사진 찍었던 추억



물론, 좋았던 기억만 있지는 않다.



밥상에서 콧노래를 불렀다가 혼이 났던 기억

아빠가 나에게 수학 문제를 설명하다가 버럭 짜증냈던 기억


아빠와 기억은 웬만하면 잊히지 않은 채 떠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다.



대부분을 기억할 정도로 많지 않기 때문이겠지.


당시의 'K-아빠'들은 지금과 다르게 양육 참여도가 낮았으니까 그들의 자녀에게는 아빠와 하는 웬만한 것들이 특별했을 것이다.



아무튼 이야기로 돌아와서,

고백하자면 아빠와 우리 사이에는 괴리감이 있다.


'아이들에게 정말 잘했다'는 아빠


'사실인데, 그 정도는 아니지 않았나'라고 의아해하는 딸


각자 체감하는 정도가 달라서 결과적으로 마음 표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데, 아빠 입장에서 인정을 못 받은 부분이 서운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어느 요리 블로거가 갑작스럽게 남편을 떠나보내고 적었던 글이 떠올랐다.


'할아범에게 말했었다.

글보다는 말.

말보다는 표현을 하라고.


아니다.

표현은 사라지고 말은 없어지고

글은 남는 것을..'





말은 증발하고 글은 남는다지만,


글이 만능 치트키는 아니다.


표현이 인색하면 마음이 왜곡될 수 있으니까.


표현은 순간의 특권이고,


글은 두고두고 힘을 발휘한다.


결국 말과 글 그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는 태도가 중요하다.


오해하지 않을 만큼, 잊지 않을 만큼




골고루 실천하기 딱 좋은 12월이다.


만나는 사람에게 한 마디씩, 연락하는 상대에게 한 글자씩 진심을 담아서.

매일이 크리스마스인 이달에는 가볍게 내 마음을 표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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