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대화의 기술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by 임하나

대화 초반부터 상대 기분을 확 상하게 만드는 말이 있다. 이 말을 기억한다면 상대를 의도적으로 불쾌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불쾌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 또한 가능하다.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신기하게도 이 말이 내 귀로 들어오면 말이 끝나는 순간 기분이 상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옆 테이블에서 비슷한 말이 들리기라도 하면 인상이 찌푸려진다. 아쉬운 소리 듣고 싶지 않아 자기 검열이 심한 나에게 생채기를 남긴 까닭이겠지.



기분이 상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3가지가 있다.


메시지 자체가 불쾌하리라는 예상

듣고 싶지 않은데 들어야만 하는 입장

기분 나쁘게 받아들여서도 안 되는 상황



어느 것 하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 상대의 말이 나를 위한 것이든 아니든, 조직을 위한 것이든 아니든, 내가 상대의 말을 받아들일 예정이든 아니든 이 부분은 머리가 정리할 영역이다. 다 떠나서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는 일은 쓰리다.


'불쾌한 이야기라면 하지 말아 줬으면.'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듣기 싫어. 당장 그 말 목구멍으로 삼켜줘!"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외치기가 어디 쉽나.


'네가 조언이라고 한 그 말 무시하지는 않을 거야. 그런데 내 기분은 되게 상했어. 어떤 감정을 느끼든 내 영역이잖아.' 차마 앞에서 이야기하지 못하고 노트에 꾹꾹 눌러 적을 뿐이다.



이후로 나는 누군가에게 유쾌하지 않은 의견을 전해야 하는 경우 둘러대지 않고 바로 집는다. '나는 이러한 태도가 문제라고 인식했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이거야.'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이번에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우리가 소통이 바로바로 되지 않는다고 느꼈어. 효율적이지 않고 오해도 낳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앞으로는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바로바로 말해주면 좋겠어."



따뜻한 미사여구로 부드럽게 포장하려 힘쓰지 않는다.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으라는 말은 화자 스스로 싫은 소리하면서도 마음 편하기 위한 쿠션어에 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에서 느끼고 배웠으니까.


내가 하는 말이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어떤 감정을 느끼든 상대의 자유다.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난 후 우리 관계에 변화가 있다면 이 또한 상대의 선택이다. 는 그저 메시지 자체에 집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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