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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Jun 14. 2020

그렇게 너와 소통을 시작하다

2017년 3월 4일.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또렷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그날 흰둥이와 반려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0년 코비드가 터지고 나서야 네 눈높이에서 이해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나는 반려 생활을 할 때 교육이나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많은 반려견이 교육받거나 훈련하지 않아도 평온하게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보호자로서 교육받는 쪽을 선택했다. 나의 개를 훈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반려 생활을 되돌아보고 스스로에게 되묻는 기회를 얻는다.



이런 삶이 최선이었나?

나는 흰둥이가 다른 개와 어울리는 법을 모른다고, 사람들을 경계한다는 이유로 외부 세상과 상호작용을 거부한 채 살아왔다. 덕분에 우리가 머무는 세상은 좁았다. 그래도 그것이 흰둥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는 나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오토바이가 지나가기도 하고, 다른 개와 견주가 기어이 다가오기도 하고, 흰둥이에게 관심을 보이며 쫓아오는 사람도 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외부 자극은 빈틈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산책이 편안하거나 유쾌한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긴장을 할 때도 있고, 의무감에 나갈 때도 있고 심지어 산책을 거르지 말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이걸 매일 반복했으니 우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돌아보면 우리는 동상이몽을 하고 있었다. 흰둥이는 나보다 세상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나는 아무리 불러도 관심 없는 나의 개 앞에서 움츠러들었다. 나에게 집중하지를 못 하니 보호자로서 지켜주기가 버거웠던 까닭이다.


그런데 내가 교육을 받고 흰둥이를 훈련하면서 상황은 조금씩 바뀌었다.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될 때마다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대로 지내는 것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바뀌고 시도해보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나아지리라는 믿음이 다.





요즘 흰둥이는 나와 눈을 자주 마주친다. 엄청 낯설고 어색하지만 칭찬도 자주 해준다. 나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그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이해했기 때문이다. 흰둥이는 쉽게 흥분하는 개인데 흥분했다가도 안정을 찾는 훈련도 하고 나에게 집중하는 훈련도 꾸준하게 한다.


마음이 통한다고 생각하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졌다. 나가서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어색하지 않고, 평소처럼 걷기도 하고, 2인 3각 달리기를 하듯이 뛰기도 한다. 틈만 나면 나간다. 내가 교육을 받고 너와 건강한 루틴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너와 갈 수 있는 곳들이, 해볼 만한 것들이, 너에게 줄만한 것들이 더 많아졌다.


흰둥이가 나에게 집중하는 법을 연습하고 있다지만 실은 나 역시 흰둥이에게 집중하는 법을 연습한다. 어쩌면 내가 더 많이 노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람답게 이기적인 생각도 덧붙인다. 신뢰, 소통, 교감.. 생각 없이 남발하던 단어들을 흰둥이와의 관계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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