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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Jun 25. 2020

어느 강아지의 생으로 보는 인간과 개의 관계

'환상의 마로나' 시사회 후기

마로나는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리고 형제들을 떠나 인간 주인을 만나면서 새로운 견생이 시작된다. 곡예사 마놀부터 건설업자 이스트반, 귀여운 소녀 솔랑주까지. 마로나는 함께할 수 있는 인간이 있어 행복하다.



행복은 숫자 9의 모양이다.
그것에선 우유맛이 난다.


어미젖은 강아지에게 행복 그 자체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개에게서 행복을 빼앗았던가.  역시 개의 행복은 안중에도 없었음을 인정한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었음을 고백한다. 우리는 행복하게 해주겠다면서 제멋대로 관계를 시작한다.




이야기는 강아지 마로나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영화가 끝을 향해 달릴수록 집에 가자마자 흰둥이를 안아줘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물론 흰둥이는 순순히 안길 개가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리치와 흰둥이에게 우리를 만나고 나서 행복한지 묻고 싶었다. 어떤 대답을 할지 알면서도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랄까. 사람은 개에게 이런 식으로 응석을 부린다. 끝까지 짓궂다.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라고 영쓰는 말했다. 아마 영화를 보는 내내 개의 입장에서 감정이입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영쓰는 더 이상 흰둥이가 아르르 오르르 할 때까지 건드리지 않는다. 적절한 거리 존중을 가르쳐준 영화다.




마로나의 주인들은 평범하다.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견주들의 모습이다. 개를 필요로 하고, 개를 가여워하고, 개를 아끼고 사랑하고, 개에게 싫증 내고 무심한 그런 평범한 모습이 지극히 인간적이다. 끝까지 자신이 우선이었던 이들의 모습은 끝까지 주인만을 바라보던 마로나의 모습과 대비된다.


우리의 행복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나를 바라보고 핥는 너희들을 보니 너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행복이 끝나고 슬픔이 남는 순간에도 후회를 덜어낼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랑하지 않고 슬프지 않기보다는 슬픔까지 껴안고 사랑하기를 택한다.

어느 작가의 표현처럼 나 역시 언젠가 찾아올 슬픔을 각오하고 너희를 사랑한다. 비록 마로나의 환상적인 이야기는 슬프게 끝났지만 우리 이야기에는 슬픔만이 남지 않기를 바라며 이쯤에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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