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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Jun 30. 2020

About connecting the dots

리치를 만나고 버려지는 개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유기견이라고 불렸다. 가엽고 불쌍했다. 유기견들을 위해서 뭐라도 하고 싶어서 봉사가 가능한 유기견 센터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과천에서 답십리까지 몇 번을 오가며, 쉼터를 청소하고 개들과 산책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유기견이라고 해서 다른 개들과 다른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는 유기견을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


흰둥이를 데리러 가서야 유기동물보호소에 있는 유기견들이 얼마만큼 열악한 상황에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곳은 보호라는 단어보다 보관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흰둥이를 선택한 대신 그곳에 두고 온 친구들을 위해서 뭐라도 해야 했다.


유기견 입양 카페로 봉사를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을 겪었다.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사람이 있는 것일까? 유기견과 그를 향한 측은한 마음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는 사람,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고 싶지 않다고 발을 빼는 사람, 어떻게든 도우려는 사람, 나서서 행동하는 사람. 나는 카페가 폐쇄될 때까지 그곳을 지켰다.


해야 할 일은 끝났고 새로운 곳을 찾아야 했다. 차라리 몰랐다면 모를까 보고 듣고 겪은 이상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새롭게 찾은 유기동물보호소에는 중대형견이 주로 들어왔다. 그곳을 다니면서 중대형견을 향한 편견과 누렁이 문화를 실감했고, 중대형견과 소형견의 차이는 덩치뿐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것인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세계에는 귀여운 동물이 등장하는 영상들이 넘쳤다. 그 안에서 진지하고 TMI로 가득한 콘텐츠들은 떡상의 가능성도, 노출될 이유도 없었지만 묵묵하게 올릴 뿐이었다. 생각이 바뀌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러던 어느 날 반려견과 견주를 위해서 교육 영상을 제작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인간과 개, 모두는 행복한 반려생활을 누릴 자격이 있다. 준비된 입양은 행복한 반려생활로 이어진다는 걸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판 벌리기'가 주 특기라지만 교육 영상도 제대로 만들다 보니까 최소한의 전문 지식도 필요했다. 결국에는 반려견 행동전문가 과정까지 참여하게 되었고, 더 많은 일을 시도하고 계획하고 있다.




무수한 점이 연결되어 선이 되듯이 하나의 사건은 새로운 사건들로 이어졌다. 그래서 반달가슴곰을 불법 도축하는 사건에, 버젓이 운영되는 돌고래 탑승 체험 프로그램에, 길고양이 학대 사건들에 무심하지 못하겠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사회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깟 동물이 뭐라고 호들갑이냐고 하겠지만 나는 믿는다. '그깟' 동물마저 생명으로 존중받는 사회에서는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배려가 말할 것도 없이 자연스러우리라는 것을. 이것이 내 믿음이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다. 언젠가 태어날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세상은 너그럽고 따뜻한 곳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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