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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Jul 02. 2020

이해받지 못하는 감정에 관하여

펫로스 증후군,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이해받지 못하거나 인정 욕구가 해소되지 못할 때 우리 마음은 곪는다. 그런데 주변에는 이해받지 못하는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키우던 개가 죽고 나서 너무 힘들어서 연차를 쓰려는데 사유를 뭐라고 써야 하나 고민했다던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슬픔에 몰입해야 할 상실의 순간에도 잠시 고민이라는 걸 해야 하다니.


우리는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때 상실을 경험한다. 그리고 상실은 인간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감정이다. 마음이 가장 힘든 시간을 견디면서도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다 보니 탈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 우리가 감정에 당당하지 못 한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상실을 경험한 이들은 특히 조심스럽다. 누군가의 말과 행동이 비수처럼 꽂히지 않도록 지키는 일도 본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회사에 나오지 못할 만큼 힘들구나, 슬프구나, 아프구나. 그들이 감정에 집중하도록 기꺼이 도왔으면 한다. 그들에게는 무조건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누군가의 지지를 얻어 감정에 당당해져야 마음도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충고나 조언을 하는 대신에, 그들이 경험한 상실을 평가하는 대신에,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들은 못 해준 것만 생각하면서 괴로워하고 있을 테니까 오롯이 마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당신도 담아두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덜어내기도, 눌러 담기도 하면서 마음을 계속 움직이다 보면 본인을 괴롭히던 감정들은 날아가고 '~ 없는 삶'에 적응해가지 않을까. 그러니까 용기를 내서 표현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직접 쏟아내기가 쉽지 않다면 온라인 어느 공간에라도 적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와 함께했는지 돌아봤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도 당신의 마음을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 편한 이별은 어디에도 없다. 준비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내가 네 세상의 전부였듯이 너도 내 세상의 큰 부분이었다는 사실을 겨우 깨달았고 아직 말해주지 못했는데 과연 누가 마음 편하게 이별할 수 있을까.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붙여서 구분하고 싶지 않다. 이건 상실의 문제다. 정서적으로 의지해왔던 존재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이해받지 못하는 감정을 보듬어 나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적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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