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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Jul 17. 2020

의젓하던 해피는 언제 이렇게 강아지였니?


"우리 해피는 북해도에서 왔어요.

막 데려왔을 때 목 주변을 다 밀어 놨는데 얼마나 귀여웠다구요.

눈이 똑같은 아이를 만나면 바로 데려올 것 같은데

다시 만날 수 있겠죠."


해피 엄마와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눴다. 고백하자면 해피가 강아지별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로는 해피네 집을 지날 때마다 발소리를 죽이고 걸었다. 괜히 나 혼자 숙연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흰둥이는 개의치 않고 늘 그래왔듯이 행동한다. 해피네 집 현관을 한참 쳐다보다가 따라온다.


"제가 요즘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요.

괜찮으시다면 해피 사진 좀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저도 해피 사진이 있긴 한데 병문안 갔을 때 사진뿐이라서요."


'요즘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라니, 지금 떠올려도 이불킥이다.




해피는 안내견 학교를 다니던 엘리트견이었다

그렇게 받은 사진이다. 강아지 해피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나는데, 이 아이를 이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면 울컥한다. 그림을 그리는 내내 감정은 천천히 달리는 롤러코스터처럼 바뀌고 또 바뀌었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흰둥이랑 산책을 하는데 누가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우리 해피 아플 때 집에 찾아와 주셨던 거 기억하고 있습니다.

흰둥이랑 행복하세요."


단정한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술 냄새 때문일까. 캄캄한 밤이 서운할 만큼 달빛이 환해서일까. 해피 아버지의 걸어가시는 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남은 이들을 위해 그림으로 그리자고 결심했다. 해피네 가족과 나눴던 대화, 해피 가족의 모습을 되감기하며 그렸다. 그렇게 10번째 작품이 완성되었다.


'의젓하던 해피는 언제 이렇게 강아지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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