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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Sep 06. 2020

우리는 보통 사이가 아니었다

동물계, 척삭동물문, 포유강, 식육목, 갯과, 개속, 회색늑대.. 훈련학 첫 시간부터 지루하고 낯선 용어들이 쏟아졌다. 그 사이에서 개의 학명은 내 마음에 콕 박혔다.


Canis lupus familiaris


회색늑대 중에서도 친숙한 존재, 학명에 가족이라는 의미가 들어간 동물은 개밖에 없다고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는 저서에서 언급했다. 꼭 맞는 옷을 입은 단어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개가 인류 역사에 등장한 시기는 구석기로 알려져 있다. 인간 곁을 맴돌며 먹을거리를 얻어먹고 위협을 알려주다가, 울타리 안을 지키고 함께 사냥을 나가며 인간과 공생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사람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다. 유기견을 키우다가 수제 간식점을 오픈하거나, 퇴직 후 애견 펜션지기가 되거나, 동물 전문 출판사를 차리거나, 길고양이까지 돌보거나, 채식을 하거나. 반려견과 생활하는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다채로운 삶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어떤 것이든 시작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네 발 달린 친구들은 기꺼이 용기를 북돋아줬을 것이다. 나 역시 그들 덕을 봤다. 환경을, 다른 동물을, 누군가를 끊임없이 의식하며 살고 있으니까. 그들 덕분에 기꺼이 할 수 있었다.


몇 만 년 전부터 함께한 우리의 관계. 기어이 내 옆에 붙어 있으려는 흰둥이를 보며 오늘도 생각한다. 이 존재는 도대체? 어쩌다가 내 삶에 들어오게 된 거지? 그렇다. 개는 스스로 인간에게 다가오기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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