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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Feb 23. 2024

위로에도 방법이 있다

내 위로가 안드로메다로 가지 않으려면


네이버 검색창에 유산을 치면 따라오는 단어가 ‘위로’이다. 유산이 흔하다고 하지만, 이를 경험한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 어떤 위로를 건네야 할지 고민하는 누군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나 역시 유산을 하고 다양한 위로를 받았다. 그중에는 와닿는 말도 있었고, 황당한 말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최선의 위로였을 거라고 믿는다. 위로하는 법을 찾는다면 내 사례가 도움이 될 것 같다.




내년에는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최악을 겪고 나면 좋은 일에 무감각해지게 된다. '좋은 일은 안 겪어도 좋으니까, 이런 일만 안 겪었으면 좋았을 텐데' 상대 호의는 내 마음을 겉돌았다.



◼ 축하해. 인큐에 있어?


유도분만 때문에 병원에 있을 때 남편이 들었던 말이다. 이 말을 했던 상대는 자녀가 둘이었다. 축하가 단톡방에 등장했을 때 분위기가 얼었고, 그는 남편에게 사과한 후 한동안 나타나지 못했다고 전해 들었다.



13주도 분만을 하는구나


출산을 경험한 지인들도 위로를 건네는 한편 놀라워했다. 그때 깨달았다. 경험하지 못한 부분을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이해받으려 애쓰는 건 서로에게 피로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마음이 가벼워졌다.



말로 다 못 해


수십 년 전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이 엄마에게 건넨 말이다. 몇십 년이 흘러 떠올렸을 때도 말로 다 못 하는 기억인 거구나. 그분의 말은 내게 위로였다. 내가 기억하는 그분은 잘 살아오셨으니, 이 기억을 갖고 살더라도 나 역시 잘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위로를 하고 싶은데 말 그대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마음이 전해졌다. 꺼내기 어려웠을 텐데 인사를 전해줘 고마웠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저도 너무 마음이 아파요.' 나는 대개 이렇게 회신했다. 감정을 이해받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을 들여다보고 정리할 때 도움이 됐다.

 



이외에 몸고생, 마음고생하느라 애썼다며 먹을 걸 보내면서 아무 생각 말고 푹 쉬라던 지인도 있었고, 묻었던 자신의 기억을 나눠주던 지인도 있었다. 기도해 주겠다던 지인도 있었다.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할 큰 호의였다.



위로에 말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우리 집 스피츠 흰둥이도 위로를 건넸다. 흰둥이는 애써 말을 건네지 않고, 그는 말을 하지 않으니까,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지 않을 때도 내 곁 어딘가에 있었다. 내가 침대에 웅크리고 있을 때면 곁으로 와 자리를 잡았는데, 맞닿은 등이 따뜻하고 듬직했다.


이상적인 위로는 이런 거구나. 흰둥이 덕분에 느꼈고, 배웠다.


너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다짐했다





위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에게 최선이었어도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의미가 증폭 혹은 왜곡될 수 있다. 그럼에도 포기하기에는 아깝다. 내가 벼랑 끝에 놓였을 때 어떤 위로는 구원이었다.



내가 벼랑 끝에 놓였을 때 어떤 위로는 구원이었다


그 일을 당신은 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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