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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Feb 16. 2024

애도 그걸 왜 해야 하나요

애도에 대하여


처음 상담을 하던 날이었다. 충분히 애도를 하고 나면 어떤 모습이 되는 거냐고 선생님에게 물었을 때, 그 기억을 잊어버리거나 털어내는 게 아니라 갖고 갈 수 있게 될 거라는 대답을 들었다. 당시에는 왜 내가 그걸 해야 하는지 분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내가 과연 애도했다고 말하는 날이 올까? 애도하는 모습을 떠올렸지만,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반년이 지났다.


충분히 애도했다고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상담을 하면서 이해한 애도는 비통한 기억을 갖고 가면서도 살아가는 이유를 만드는 과정이다. 숨 막히게 힘든 상태에서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다 키운 자녀를 먼저 보낸 분이 주변에 있다. 뵐 때마다 그는 늘 죽상이었다. 사고로 자녀를 잃고 술을 가까이하는 분이 있다.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의 마음을, 그 선택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역시 어떤 표정도 얼굴에서 지운 채 술을 마시던 때였으니까.



내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은 말했다. "상실을 겪었다고 해서 그렇게 되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덧붙였다. "애도라는 게 365일 슬퍼하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신날 때도 있고, 기쁠 때도 있고, 미래에 기대되는 무언가 생길 수도 있어요.


1년을 슬퍼했나요. 2년을 슬퍼했나요. 그럴 수 있어요. 예쁜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도 괜찮아요. 아이가 생각나면 그때 떠올리는 거예요. 죄책감에 365일 24시간을 슬퍼하거나 절망하면서 보내는 게 애도는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365일 슬퍼하는 게
애도는 아니다


그날 나는 어렴풋이 이해했다. 어쩌면 선생님은 애도라는 이름을 붙여서 내가 일상을 자연스럽게 살아가도록, 지금에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있는 게 아닐까. 애도하는 과정을 통해 내가 계속 살아가도록,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걸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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