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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Mar 01. 2024

위로해 주는 말 전혀 힘이 되지 않을 때

그걸 위로라고 하다니


유산 후 상담을 다니던 어느 날, 지인 전화를 받았다. 상담실이라는 내 말에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어떤 이를 언급했다.

- 그렇구나. 상담도 필요해. A도 출산하고 너무 힘들어서 상담 알아보는 것 같던데. 이번에 받아 봐.





이 일화를 꺼내 놓았을 때 선생님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 황당하게 느껴지는 위로가 있어요.


그렇다. 혹스러웠다. 머리로는 위로라는 걸 알면서도 황당한 말이라마음이 외쳤다. '황당하게 느껴지는 위로' 그 말에 마음이 동해서 비교적 편안하게 감정을 털어놓았다.

- 불편했고, 거북했고, 언짢았어요. 저라면 그렇게 말 안 했거든요. 나쁜 의도로 한 말이 아니라는 건 알아요. 저에게 고마운 사람인데 왜 그렇게 말했을까. 그 사람의 진심을 알면서도 저에게는 정제되지 않은 말이었어요.



상대가 하는 말을 듣고 나서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해석을 키워냈다.


‘이 말을 왜 하는 거지?’
‘이 말을 나한테 하는 게 맞나?’
‘내가 예민한 건가?’
‘이 말을 하는 목적이 뭘까?’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걸까?’


해석은 무럭무럭 자라면서 내 마음을 옥죄었다. 동시에 그가 어떤 목적으로 이 말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했던 나는, 이해한다는 이유로, 배웠다는 이유로 나 자신에게 참기를 강요했다. 나는 해소되지 못 한 감정 때문에 계속 괴로워했다.


선생님은 덧붙였다.

- 마침표가 필요할 때도 있어요. 그 해석이 맞을 수도 있지만, 틀릴 수도 있으니까요. 분명한 사실은 어떤 해석도 나를 위한 것이어야 해요.



위로구나. 그 사람에게는 이 말이 최선이었구나.


에너지를 써가며 목적이나 의도를 헤아릴 필요가 없다. 이해하려 애쓸 필요도 없다. 귀에 닿으면 느낌표를 찍어 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선생님이 알려준 힘빼기 기술의 핵심은 인정과 수용이다.



위로구나
그 사람에게는 이 말이 최선이었구나



어쩌다 귀에 걸려 물음표가 해석을 낳으면 이를 인지하고 자신에게 묻는다. 나를 위한 해석인가? 나는 지금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에게 이로운 방향을 지향하며 관점 전환을 실천하고 있다.



위로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웠다.


위로구나. 이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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