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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Mar 29. 2024

발작버튼이 눌릴 때

분노에 대한 생각


 시술 때문에 병원에 가면 화가 치솟곤 했다. 남편이 아빠가 된 자신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 욱했다.

- 화내기 싫은데 자꾸 화가 나요.


 스트레스가 치솟는 지점은 아기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아기에 대한 생각은 분노를 유발하는 버튼이었다. 화가 지나고 나면 피로하기도 하고, 마음이 불편해서 선생님에게 대처 방법을 구했다.

- 감정을 이해해야 해요. 분노 안에 어떤 마음이 들어있는지 살펴보는 거예요.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숨어 있던 감정들을 발견했다.

암담하다. 갑갑하다. 공허하다. 가슴이 찢어지다. 마음이 아프다. 목이 메다. 답답하다.


 분노 속에 다채로운 감정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실체가 드러나자 활활 치솟는 거친 그림자였던 분노는 작은 꽃잎이 되어 손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은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었다. 자극의 원인인 타인에게 집중하며 감정 소모를 했던 과거와 달랐다.





 성인이 되고서 한참 지나고 나서야 감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우리 사회는 나 자신 혹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분위기가 낯설다고 느껴진다. 사회가 개개인의 감정에 너그럽다면 좋겠지만, 미숙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달라야 한다. 나를 찾아온 이 기분을 최선을 다해 이해해야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권유로 무드미터를 틈틈이 들여다보면서 감정의 실체를 발견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엇인가를 준비하든, 나 자신을 다독이든 나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선생님은 가지 방법을 알려주셨다.

- 지금 힘들다고 알려주는 사인을 만들어 남편분과 공유해 보세요. 감정은 순간적이니까 그 순간만 지나면 후회할 일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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