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지는 날이 올까요?

에필로그

by 임하나


언제쯤 괜찮아지나요?
괜찮아지는 날이 올까요?



사람들은 물었다. 그런 날이 오기는 하는지 나도 궁금했다. 나도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내는 날이 올까.





의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런 일이 일어날 때도 있어요.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때도 있는 거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가 연민의 감정을 드러냈다면 나는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을 것 같다.



전원 후 첫 대면 상담을 할 때였다. 코디네이터는 내가 작성한 상담지를 살펴보다가 콕 집어 물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다고 믿는 듯했다.

- 인공유산이 뭔지 알아요?

- 13주에 임신종결을 했어요. 염색체에 이상이 있었어요.

상담실에 잠시 적막이 찾아왔다.



난자 채취를 앞두고 주사실에서 안내를 받았다. 간호사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가 스스로 답했다.

- 시험관 해보신 적 있으세요? 아, 경험이 많으시네요.

-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담당 교수는 힘을 주어 특별히 강조했다.

- 우리 목표는 임신 너머예요. 유지를 목표로 힘써봅시다.

- 그래야죠.



최근에 10년 넘게 다녔던 헤어숍 원장님의 연락을 받았다.

- 무슨 일 있어?

- 저 유산했어요. 못 가겠더라구요. 1차 기형아검사 끝나고 머리 하러 가려고 했거든요. 13주가 지나기를 기대하던 제 모습이 떠올라서 괴로웠어요. 직면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차분하게 말하는 날이 왔다. 책 '1리터의 눈물'이 떠올랐다. 1L의 눈물이 필요했다던 키토 아야의 이야기.


유산 후 한 달 심도였던 우울은 반년이 지나고 정상 범위 내로 돌아왔다. 아기를 생각할 때 마음은 여전하다. 괜찮은 날에도, 잊고 살다가도, 떠올리거나 떠오르면 감정이 고스란히 올라온다. 잊히지 않는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마음속 어딘가에 지닌 채 살아가게 되었다.



사진: UnsplashJordan Stew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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