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탄생

by 노준성

밤의 한켠에서

잔이 빛을 머금는다

허무의 그림자가 천천히 녹고

붉은 향이 가슴으로 스며든다.


입술에 닿은 온기

그 잠깐의 위로가

얼마나 많은 새벽을 불태웠는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


창가에 앉아 연기를 바라본다

회색의 길 위로 흩어지는 생각들

불안은 타며 외로움은 남는다


어쩌면 그 모든 위로는

내 안의 불빛이 꺼지기 전

스스로 피운 작은 불씨였을까


그 불이 꺼진 자리마다

하얀 재처럼 남은 기억이

오늘의 나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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