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어스름에
마을 우물가로 모여드는 사람들
두레박 끌어올리는 물소리와
닭 울음이 섞여 하루가 시작된다
밭고랑은 삽날에 깊게 갈라지고
논두렁엔 여전히 잡초가 기어오른다
피사리하는 손끝은 허리보다 먼저 굽고
땀방울이 떨어진 자리는
햇볕보다 뜨겁게 반짝인다
모내기 논은 강처럼 출렁이고
세찬비는 흙길을 집어삼킨다
젖은 신발 속 발가락은 곪아도
내일 모내기는 미룰 수 없다
가을이 오면 황금 들녘에
풍고 소리가 울려 퍼진다
벼이삭이 떨어져 나갈 때마다
농부의 마음엔 주름이 새겨지고
창고에 쌓인 낱알만큼
세월의 무게도 쌓여 간다
겨울이 오면 텅 빈 들판 위로
매서운 바람이 뼈까지 스민다
장작불 피운 사랑방에 둘러앉아
묵은 김치 한 그릇 나누는 저녁
소박한 웃음 속에서
희망은 다시 살아난다
삶이란 거창하지 않다
흙에 손을 대고
오늘을 견디며 내일을 꿈꾸는 것
그것으로도 하루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