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집의 허세

by 노준성

첫 시집이 세상에 나가던 날

나는 마치 노벨상이라도 탄 듯

편의점 커피를 와인잔에 따랐다


시 한 줄에 세상이 흔들릴 줄 알았고

사인회 대신 거울 앞에 사인을

자신에게 헌정사까지 낭독했다


시간이 지나 원고 대신 셀카가 쌓이고

남은 시집의 먼지는 사진처럼 바래는데

나의 자만은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밤마다 노트 컴퓨터 SNS에

‘오늘도 시인의 밤’이라 쓰고

반 감긴 눈으로 하품과 싸웠다


이제 나의 펜 끝엔

먹물보다 더 진한 허세만 남았다

오래된 잉크처럼 말라붙은 침묵 속에서

또 하나의 시가

나를 조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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