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침묵의 땅

2024 겨울에 다녀오다

by 노준성

총부리가 마주 선 자리
시간은 반세기 넘게 멈춰 섰다
철책 너머, 철새는 자유로이 날아가고
멧사슴은 바람 따라 풀밭을 달린다

사람이 끊긴 자리
자연은 되살아나
전쟁의 상흔 위에 초록을 덮었다
폭탄이 파헤친 구덩이는
이제 연못이 되어 하늘을 비춘다

그러나 철조망은 여전히 녹슬지 못하고
지뢰밭은 침묵 속에서 날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속삭인다
DMZ, 그 이름은 평화가 아닌
미완의 전쟁을 증언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 땅에도
새 길이 열리리라
사람과 짐승, 꽃과 바람이
다 함께 오가는 길목이 되리라

그날이 오면
DMZ는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화해의 들판으로 기억되리라
침묵의 땅 위에 울려 퍼지는
진짜 평화의 갯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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