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의 서정

by 노준성

나는 흙의 아이

바람의 형제

태양의 제자다


이른 봄, 농부의 손바닥에서

나는 알처럼 작고 희미한 꿈으로 시작했다

그가 쥔 주름 속에서

나는 세상의 첫 이름을 들었다


너는 곡식이 될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지탱하는 노래가 될 것이다


나는 흙에 묻히며 그 말을 기억했다


비가 내릴 때마다 뿌리를 깊게 내리고

여름의 번개가 가슴을 치면

나는 푸른 칼날처럼 하늘을 베어 올랐다

개구리와 매미가 합창하는 논두렁에서

나는 세상의 가장 오래된 합창단에 속했다


가을이 오자

내 머리에는 황금의 종소리가 울렸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무거워서가 아니라

겸손이 삶의 마지막 예의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를 베어가 밥상 위에 올렸다

아이의 웃음 속에서

노인의 숨결 속에서

나는 쌀이 되었고 피가 되었으며

다시 사람들의 꿈 속으로 흘러들었다


하지만 나는 때때로 묻고 싶다


나를 먹는 이들이여

당신들은 내 안에 깃든

농부의 땀과 흙의 침묵을 아는가

한 톨 속에 들어 있는 사계절의 무게를

당신들은 기억하는가


겨울이 오면

나는 사라진다

그러나 내 기억은 남아

다시 씨앗이 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나는 끝없이 되살아나는 이름

죽지 않는 서사

사람과 땅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노래


나는 벼

흙과 사람의 혈맥으로 흐르는

영원한 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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