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묵시록

by 노준성

달이 지고 별이 꺼진 밤
시간의 강물이 멈추던 날
폭풍우 속에서 깨어난 한 영혼
나, 피로 쓰인 예언자다

바다가 모래의 언어를 잃고
숲이 새들의 노래를 잊었을 때
나는 시들어가는 삶의 파수꾼
붉은 단장처럼 피어나는 상처들

철야의 침묵 속에서
과거와 미래가 부딪히는 전쟁
잿빛 안개 속에 선 한 사람
그림자들과 싸우는 외로운 군주

파도가 돌아와 모래에 새기던
잊혀진 왕국의 계보
파편이 된 시간 조각들 속에서
나는 나를 찾는 여정을 시작하리

해가 지평선 아래로 사라질 때
가장 짙은 어둠 속에서
별빛이 되어 돌아오리라
삶에 상처를 위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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